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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무성, ‘스승 YS’ 닮고 싶다더니…

등록 2015-08-05 18:36수정 2015-08-06 22:54

경솔한 언행·위험천만한 외교적 발언 등 YS 빼닮아
현직 대통령과 맞짱 뜬 YS의 뚝심과 배짱은 안 보여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한겨레 자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한겨레 자료

[김종구 칼럼]

전임자의 부정적 이미지와 뚜렷이 구별되는 이미지는 후임자에겐 큰 득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장사꾼 같은 이미지와는 비교되는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에게 반대표를 던진 유권자들 중에도 박 대통령의 이런 이미지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상우아함 뒤에 감춰져 있던 진면목이 어떤 것인가를 지금 국민은 신물나게 목도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누리는 대중적 인기의 밑바탕에도 현직 대통령의 이미지에 대한 반작용의 법칙이 상당 부분 작동하는 듯하다. 큰 체격에 거침없는 언행, 이른바 ‘경상도 싸나이’로 통칭되는 ‘시원시원한 남성미’가, 한없이 자기중심적이며 감성제로, 깨알 리더십의 속 좁은 여성 대통령에 실망한 많은 사람에게 매력 포인트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 대표는 ‘가장 닮고 싶은 정치인’으로 와이에스를 내세우고 있다. 자신을 와이에스와 같은 정면돌파형 정치인, 보스형 정치인의 이미지에 접목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과연 배포가 크고 선이 굵은 정치인인가 하는 점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어느 면에서 그는 와이에스의 긍정적 면모는 제쳐놓고 부정적 면만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뒤 주변의 몇몇 원로급 인사들은 그에게 “두 가지만 잘 유의하면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첫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절대 대드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둘째, 각별히 입조심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첫째 조언은 김 대표가 확실히 금과옥조로 지키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여겨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박 대통령 앞에 납작 엎드린 모습은 와이에스가 민자당 대표 시절 노태우 대통령을 밀어붙여 대선 후보를 쟁취했을 때 보였던 그 뚝심과 배짱과는 거리가 멀다.

매사 입조심을 하고 경솔한 언행을 삼가라는 조언에 대해서는 이미 빨간 등이 켜졌다.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 “일본놈들” 따위의 발언을 접하며 많은 사람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하필이면 앞뒤 재지 않는 경솔하고 위험천만한 외교적 발언을 하는 습관을 그토록 빼닮았는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온 뒤 주변 사람들에게 “접견 의전이 마치 옛날에 중국 황제가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을 대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 자존심과 당당한 결기가 왜 미국에서는 전혀 발휘되지 않았을까. 그가 미국에서 보인 필요 이상의 비굴한 모습은 단순히 외교적 사안에 대한 무지나 균형 감각의 상실 정도로는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외교나 국제관계에 문외한인 대선 후보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물음은 과연 김 대표가 가슴에 품고 있는 국가 혁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와이에스는 비록 환란위기로 국가를 극심한 곤경에 빠뜨린 채 청와대를 떠났지만, 집권 초기 금융실명제, 하나회 청산 등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굵직한 개혁 과제를 수행했다. 아직 김 대표에게는 그런 의욕과 미래 혁신에 대한 청사진을 읽을 수 없다. 고작 내세우는 것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겠다는 것 정도라면 너무 한심한 노릇 아닌가.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김 대표가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념전쟁이다. 지난 대선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흔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 후보를 종북좌파로 몰아세웠던 그가 최근 “진보좌파 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등의 발언을 잇달아 토해내는 것을 보면 색깔론을 대선고지에 이르는 중요한 무기로 삼기로 작심한 듯하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사상이 의심스러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공격으로 평생의 민주화 동지인 김대중 후보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김 대표는 정녕 스승의 잘못된 길만 골라서 따라가려는가.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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