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논설위원
이달 초 터키 앙카라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고용장관 합동회의’가 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회의 결과를 소개하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번 합동회의는 G20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불평등 심화 해결을 위해서 재무장관과 고용장관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됨. … 소득불평등 확대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교육 등을 통한 인적자원 역량을 발전시킬 기회를 감소시켜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
소득불평등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됐으며, 왜 이를 해소해야 하는지 잘 일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이 번역·출간된 것을 앞뒤로 논의가 활발해지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가라앉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소득불평등을 다룬 자료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경제개혁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발표한 것과 홍종학 의원이 발표한 것을 보자. 두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소득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했다. 근로소득에 종합소득을 더한 뒤 겹치는 부분을 뺀 통합소득으로 계산한 결과, 2013년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전)의 10.73%를, 상위 10%가 37.14%를 차지했다.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의 69.43배나 됐다. 또한 지니계수는 0.469에 이르렀다. 지니계수는 0~1의 값을 갖는데, 수치가 작을수록 분배상태가 고르다고 보면 된다. 세 수치가 모두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세계 최고소득 자료집’(WTID)에 올린 것 등과 조금 차이가 나긴 해도 메시지는 같다.
물론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특히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2013년 지니계수가 0.336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앞 수치와 견주면 0.133이나 벌어진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통계청 자료에 바탕해 우리나라 소득분배 상태가 선진 30개국 가운데 가장 좋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통계청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통계청이 국세청 과세자료에 접근하지 못한 채 설문조사에만 기대다 보니 불평등도가 실제보다 낮게 잡힌다는 것이다. 고소득자들이 응답을 기피하거나 소득을 낮춰 답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꼭 두 의원과 김 교수 분석이 적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부 통계가 불평등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을 줄일 분배정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이전지출 등을 통한 재분배가 이뤄진 뒤의 한국 지니계수가 0.308이라고 밝혔다. 지수 개선 효과가 0.028로 30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소득분배가 가장 잘된 나라가 아니라 16위에 그친다. 홍 의원 등의 자료를 봐도 지니계수 개선 폭은 0.024에 불과하다. 공공사회복지지출 수준이 2014년 국내총생산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21.6%)의 절반도 안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계층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낸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81.0%나 된다. 이는 2년 전에 견줘 5.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희망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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