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고마운 연락을 받았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학생 261명의 <약전> 12권을 내는데 마지막 권에 담을 글 한 편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네.
“4·16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삶과 꿈을 문학적으로 기록하고 책으로 펴내 널리 읽히도록 한다.”
보내준 글을 읽어 가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이 뜨겁게 흘렀네. 내년 단원고 2학년 희생자 학생들의 명예졸업식 때 헌정할 계획이라고 하네.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몸짓이 이렇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마음으로 편갈려 얼굴 붉히며 공방하는 일이 없을 터인데…. ‘이제 됐어. 충분해’ 하며 한이 풀리는 눈물, 가슴 벅찬 기쁨으로 가슴 벅차오르는 눈물을 흘리게 될 터인데…. 저절로 아이들에게 한 약속대로 새롭게 변화된 나와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될 터인데…. 세계가 경이롭게 바라보고 감동하는 세월호, 세계가 존경하는 선진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게 될 터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절절했네.
친구야,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넋두리를 따라 쓴 글을 옮겨보겠네.
“세월이 약인가. 비로소 세월호 기적에 대해 해원상생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동학, 독립, 동족상잔 그리고 강정, 밀양, 쌍용자동차 등의 현장마다 한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저 한을 풀지 않고 놔둔 채 우리가 꿈꾸는 인간다운 미래가 가능하겠습니까. (…) 해원상생의 새벽, 후천개벽의 새 길을 열어야 합니다.
새벽은 언제나 오고 새 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세월호가 그 새벽 그 새 길을 온몸으로 열었습니다.
세월호는 잠들었던 성찰, 각성, 전환을 다짐하는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했습니다.
진영의 벽을 쌓게 만드는 전라도, 경상도, 여당, 야당, 심지어 수구꼴통, 종북 빨갱이 등의 극단적 편견의 울타리를 모두 불살랐습니다. 그야말로 경천동지하는 기적이었습니다. ‘잊지 않을게, 달라질게’ 하고 함께한 것이 대통령의 마음, 국민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위대했습니다. 그 마음에 우리가 찾고 있는 해답과 희망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저 기적의 한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았습니까. (…) ‘늦었다고 할 때가 적당한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월호가 일으킨 거룩한 첫 마음을 실제 삶이 되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며 삭발 순례 하시는 어느 선생님처럼 60살 이상 어른들께서 나서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을 녹여낼 사회적 대화 마당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를 찢어놓는 우리 안의 모든 철조망을 일거에 불살랐던 위대한 그 마음을 다시 타오르게 해야 합니다. 어른들께서 현장대중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순례를 해야 합니다. 곳곳에서 위대한 첫 마음이 다시 타오르도록 이야기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민심은 강물입니다. 세월호의 첫 마음이 강물 되어 흐르면 나룻배인 대통령도 정부도 강물 따라 흘러가게 됩니다. (…)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우리가 열어젖힌 세월호의 이 길이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큰 길이 될 것입니다. (…)”
친구야,
그야말로 넋두리네. 간절하고 간절한 바람이네.
자네도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하기 바라네. 고맙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