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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⑭ / 도법

등록 2015-12-25 18:42

친구야.

일찍이 붓다는 사람들이 무지의 불, 탐욕의 불, 분노의 불로 서로에게 고통과 불행을 주고받게 되는 인간세상을 ‘불타는 집’에 비유했네. 지난 11월16일 ‘노동’이라는 불덩이 화두를 짊어진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왔네. 그날부터 12월10일 자진 출석할 때까지 조계사는 불타는 집이었네.

논란이 분분하지만 화쟁위원들은 일단 함께 살아야 할 한집안인 정부도 노동계도 불교계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고자 했네. ‘평화집회, 사회적 대화, 평화로운 마무리’라는 그림으로 혼신의 노력을 한 결과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네. 잘 알고 있듯이 불덩어리는 잘 쓰면 모두에게 유익하지만 잘못 쓰면 모두를 불살라 버리네.

불덩이 화두인 노동 문제도 다르지 않다고 보네. 지금 정부는 노동개혁, 노동계는 노동개악이라며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 이겨도 그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불덩어리일 수밖에 없네. 이 땅의 노동자가 누구인가. 바로 우리 부모, 형제이네. 그리고 청년들의 미래이네. 해답은 노동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데 있네. 노동이 보람차고 희망차야,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노동의 길을 열어야 우리의 미래가 희망찰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네. 그 단초가 될 만한 옛이야기가 있네.

요즈음 말로 하면 절집의 권력자요, 자본가인 주지 백장선사가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하며 땀 흘려 일했네. 그때 노동자인 대중들도 함께하여 모두 화목하고 평화롭게 살았네. 그 비결이 뭘까?

첫째, 삶을, 희망을 창조하는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빛나게 했네. 노동을 자본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았네. 모두 세상주인으로 좋은 세상 만들고자 애써 일하는 신성한 사람 노동자로 함께했네.

둘째, 자본가, 노동자 하고 이분법으로 편가르지 않았네. 당시 백장선사와 대중 모두는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요 이웃이었네. 그대에 의지해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확신했네. 따라서 함께 살기 위해 늘 만나고 대화했네.

친구야. 요즈음 나는 한상균 위원장이 주고 간 노동이라는 선물을 붙잡고 전전긍긍하고 있네.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노동의 길을 열기 위해 관료도 정치인도 재벌도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장년도 청년도 종교인도 모두 만나야 하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하네.

기적을 일으킨 세월호, 기적으로 빛나야 할 세월호 문제도 마찬가지이네.

그때의 그 슬픔, 그 분노, 그 절망이 누구의 것인가. 그 성찰, 그 각성, 그 다짐이 누구의 것인가. 바로 우리 모두의 것이었네. 따라서 세월호 문제는 유가족, 4·16연대, 정부, 여당, 야당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며칠 전 붓다로 살자고 하는 친구들이 기뻐서 눈물 흘리는 세월호의 길을 열고자 하는 뜻으로 기획 좌담을 했네. 그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네. 종합해보면 세월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홀로 인생에서 우리 함께의 인생으로 바뀌었다고 하네. 진짜 기적이 현실이 되고 있었네. 길이 분명해졌네. 자연스럽게 어느 편이 아니고 국민의 마음으로 세월호 화두를 붙잡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아 희망의 세월호, 희망의 안산이 되도록 안산천일기도, 천일순례, 천일 대화마당을 펼치자는 제안이 나왔네. 곳곳에서 한이 풀리는 세월호,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세월호를 꿈꾸는 기적의 불씨들이 타오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네. 모처럼 기분이 좋았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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