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정가의 키워드는 단연 안철수다. 지난 주말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21%로 새누리당(35%)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더불어민주당은 19%로 3위에 그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안철수 신당의 미래에 부정적이다. 민심과 전문가 견해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안철수 신당은 양당 체제를 넘어 제3지대라는 새로운 영토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새해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20% 안팎이며, 지지층은 무당파층의 유입이 가장 크지만, 야권 지지층 일부,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도 신당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는 여러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더민주당을 추월해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야권에 대한 반감이 분열로 인한 괴멸적 결과에 대한 우려보다 큰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시대적 과제는 ‘야권교체’이고 이것이 4년 만에 ‘안철수 현상’으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2012년에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안철수 현상을 야기했다면 지금은 야권에 대한 분노, 혐오가 안철수 신당의 기반이 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비관적이다. 역사상 제3지대를 표방한 정당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 지금의 신당에 대한 지지는 단지 기대감에 불과하고, 막상 신당이 창당되면 거품처럼 사라질 확률이 높다고 본다. 안철수의 스타십은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지지 기반은 매우 불안정하다. 무당파층, 중도, 호남 등에서 받고 있는 높은 지지는 아직은 기존 체제에 대한 거부감에서 얻고 있는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냉정한 진단은 안철수 의원의 ‘실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실제 그동안 안철수 의원은 실력을 통한 리더십보다 이미지와 스타십에 의존해온 측면이 적잖다. 그는 극단적 이념과 진영논리를 벗어나 합리적 실용주의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가 내세운 새정치의 노선은 중도실용이었다. 문제는 중도실용, 합리적 개혁 노선이라는 게 그다지 새로운 정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정동영, 손학규 같은 옛 시절의 간판 정치인이나 열린우리당 시절의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오늘날의 김한길, 김영환 의원 등에 이르기까지 중도실용주의자들은 차고 넘쳤다. 소모적인 이념투쟁 대신 민생을 챙기자는 목소리는 늘 높았다. 이들이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결국 실력 부족이다. 그들의 중도실용 노선이 절망에 빠진 ‘헬조선’ 미생들의 민생에 어떤 비전과 희망을 안겨주었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야권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최고조에 이른 시기다. 두 분노의 분출 사이에서 제3지대 정당의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꿈틀대고 있다. 정치라는 생물이 이 가운데서 어떻게 진화할지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렵다. 제3지대를 지향하는 안철수 신당은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을 넘어서는 대안 제시로 정치의 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반감과 비판에 의존하면서 정치불신과 정치축소로 이어지는 길을 선택할까? 지금은 그 기로에 서 있다. 새정치는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의 가능성, 즉 힘없는 이들에게 정치가 무기가 될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그게 진짜 실력이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열쇠는 여기에 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hgy4215@hani.co.kr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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