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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만약 삼성이 무너진다면? / 안재승

등록 2016-04-05 19:37

만약 삼성그룹이 무너진다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다, 제아무리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도 한 방에 훅 가는 게 지금의 경제 환경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 재벌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쓴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삼성 해체론’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박 교수는 노키아의 몰락과 핀란드 경제의 충격을 통해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려고 했다. 사실 노키아가 잘나갈 때 노키아의 몰락을 얘기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노키아는 13년 동안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지켜오면서도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상에 오른 뒤에도 천문학적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가장 먼저 인식한 곳도 애플이 아닌 노키아였다. 차이는 노키아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점진적 혁신을 추진한 반면 애플은 판을 흔드는 단절적 혁신에 나선 점이다.

박 교수는 “노키아의 몰락은 기술이나 전략의 실패 문제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같은 혁신적 산업에서는 도전 기업들에 의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고 기존의 사업자가 소멸한다. 기득권을 가진 지배적 사업자는 판을 뒤집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노화가 자연 현상이듯 창조적 파괴는 경제 현상으로 삼성전자도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노키아가 실패했으니 삼성전자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또 스스로 위기라고 판단하고 부단히 혁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선택과 집중’을 하고 바이오·스마트카·가상현실 등 차세대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선포하고 조직 문화도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런 혁신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진정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몰락하면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의 주가가 동반 폭락해 삼성그룹 전체의 파산으로 확산되고 결국 한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국가신용등급이 급락해 외환위기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따라서 이스라엘이 2013년부터 재벌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통해 ‘삼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그룹의 임원은 “박 교수의 주장은 기존의 재벌개혁론에 노키아 사례를 넣어 재포장한 것으로 새로울 게 없다”고 비판했다.

안재승 논설위원
안재승 논설위원
삼성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클 뿐 아니라 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삼성 리스크’는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한 까닭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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