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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방송 청문회부터 시작합시다 / 김이택

등록 2016-04-26 18:58수정 2016-04-26 21:06

“산하단체 간부 인사까지 청와대가 시시콜콜 간섭하니 장관은 허수아비죠.” 지난해 만났던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인사의 토로다.

인사권이 거세된 장관을 보며 생각 있는 공무원들이 의욕을 잃어갔다면 대학사회는 내 손으로 뽑은 총장 후보가 거부당하는 걸 보며 치욕을 삼켜야 했다. 아직도 8개 대학 총장이 공석이다.

야당 후보 친구, 또는 정부 비판적이란 이유로 지원금을 뺏어 연극계를 돈으로 길들이려 하더니, 이젠 영화인들이 20년 공들여온 영화제까지 망가뜨리기 직전이다. 영화계 전체가 반발하는데도 버티는 걸 보면 <다이빙벨> 파동이 부산시장 선에서 시작된 일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서명이나 기고 등으로 한 번이라도 정부를 비판했던 사람은 따로 관리해 돈·인사에서 철저히 따돌린다. 유신 때나 듣던 블랙리스트다.

다른 쪽은? 경제는 철 지난 낙수효과 이론에 기대 대기업에 목을 매니 윗목은 계속 냉골이다. 외교안보는 돌고 돌다 결국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 신세로 전락 중이다. 복지를 ‘시혜’로 보니 보육 공약도 쉽게 지방에 떠넘겨 한집에서 큰애 작은애 싸움 붙이는 모양새로 귀결되고 있다.

대통령을 뽑았는데 3년간 여왕 행세를 했으니, 실상을 알고 난 국민들이 참다 참다 폭발한 게 이번 선거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그런데 아무리 잘못된 여론조사 탓이라 해도 제1당까지 바뀐다는 건 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까. 홍성일씨가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에서 “기존 주류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 탓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한겨레>에 던진 질문은 아프다. 민생이 그 정도로 망가졌으면 여당 참패가 당연한데도 진보언론조차 현장의 절박함을 몰랐던 게 아니냐는 질책이다.

‘언론 운동장’은 종편 등장 이후 확실히 더 기울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선 포털까지 그 영향권에 들어갔다. 대통령 심기 불편하게 하는 기사가 실리면 득달같이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도 옛말, 이젠 아예 포털에서 대통령 비판하는 ‘주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은 이런 구도를 한껏 누렸다. 지지율 떨어지면 시장통 달려가거나 이벤트 하나로 금방 만회했다. 대문짝만한 사진과 톱뉴스로 뒷받침해준 신문·방송 덕이다.

8년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하다 보니 모두 그 프레임에 빠져 관중석의 아우성과 외침을 못 들었던 건 아닐까.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콘크리트 지지율 신화에 홀려….

총선 이후 많은 평가와 전망이 쏟아지지만 ‘언론’ 얘기는 비켜간다. 유권자가 투표로 물꼬 튼 ‘비정상의 정상화’는 언론계로 이어져야 한다. 야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방송 정상화를 공약했다. 서둘 일은 아니라 해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수상쩍다. 남재희 전 장관은 “보수 수구 언론의 힘이…막강하고 보니 야당들이 거기에 순응하여 세력이나 키워보겠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야당의 맹목적 ‘중도화’를 우려했다.

종편 앵커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노란 리본 달고, 조중동이 일제히 대통령 비난으로 돌아섰다고 화제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말기에도 여러 번 보던 장면이다.

대통령이 어제 오찬간담회에서 보여준 황당한 현실인식이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안주해온 시대착오적인 여왕의 민낯 그대로였다.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공영방송들은 여전히 ‘백종문 녹취록’을 뭉개고, 어버이연합 보도한 기자를 쫓아보낸다. 일그러진 방송과 언론 실상을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운동장도 바로 세울 수 있다. 13대 여소야대 국회의 언론 청문회처럼 우선 방송 청문회부터 시작해보자.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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