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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클린턴이 왼쪽으로 움직인다 / 딘 베이커

등록 2016-05-22 19:45



1년 전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몬트 출신 74살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놀랍게도,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힘든 싸움을 안겼다. 비록 지금은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진보적인 정치 의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의 깊이를 보여줬다.

많은 샌더스 지지자들은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지명받을 것에 대해 실망했을 테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물이 아니라 정치에 관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샌더스 선거운동은 몇가지 실질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은 처음 선거운동을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자신의 위치를 많이 왼쪽으로 옮겼다.

가장 주목을 끈 이슈부터 시작해보면, 클린턴은 이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을 반대한다. 사실, 최근에야 클린턴은 11월 선거 이후 닥칠 의회 레임덕 회기 때 티피피를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태도를 바꾼 것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 티피피를 협정의 모델이라고 칭찬하며, 티피피 협상에서 큰 역할을 했다. 샌더스는 강한 반대론자였으며, 티피피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티피피 참가국 사이에는 공식적인 무역장벽이 존재는 했지만,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데 따른 충격이 티피피 관세 축소 효과를 상쇄할 듯하다. 다시 말해서, 티피피의 진정한 뜻은 보호주의 강화에 가깝다.

클린턴이 샌더스의 의제로 옮겨간 두번째 영역은 건강보험 개혁이다. 샌더스는 65살 이상 인구에 적용되는 건강보험 시스템을 모두에게 확대하는 보편적 메디케어 시스템을 제안했다. 반면에 클린턴은 55~60살 같은 특정 연령대가 메디케어 시스템을 구매할 수 있는 안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사적 보험 간 경쟁이 적은 여러 지역에서 좋은 보험 선택지를 제공하는 효과를 즉각 일으킬 것이다. 이는 또한 샌더스식 보편적 메디케어 시스템으로 가는 길을 제공하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 만약 메디케어가 55~65살 사이 그리고 60~65살 사이 인구 영역에서 사적 보험과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더 젊은 사람들의 영역에서도 메디케어와 사적 보험을 경쟁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연령 제한이 최종적으로 없어진다면, 메디케어는 더 효율화될 것이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보편적 메디케어 같은 무언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클린턴은 샌더스가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개혁의 이유에 대해 수용하고 있다. 클린턴은 은행들이 12개 연방준비은행의 행장에 대한 지명을 통해서 미국의 통화 정책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또 연준이 완전 고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준의 정책이 소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더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 연준에 소수자 대표를 더 늘릴 것을 촉구했다. 이건 매우 큰 이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이유로 금리를 인상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어서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거대한 프로그램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연준은 고금리로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연준이 최대로 높은 고용 수준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클린턴도 이제 이런 견해에 동의하는 듯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샌더스의 성공이 클린턴이 왼쪽으로 이동한 요인이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충분히 그럴 수는 있는 일이다. 그리고 샌더스 상원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은 클린턴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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