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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올여름엔 즐거운 마을여행

등록 2016-07-08 22:08수정 2016-07-08 22:16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아침부터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산들바람 부는 시원한 계곡과 바다가 그립다. 잠시라도 낯선 마을과 길에서 생각을 비우고 바람과 새소리로 마음을 채우고 싶은 여름이다. 뜨거운 한낮 시간이 되면 시골의 작고 허름한 식당에서 맛본 시원한 막국수와 감자전이 간절해진다. 파도 소리 들리는 마을에서 수많은 밤하늘 별들을 보다가 그대로 누워 잠들고 싶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더욱 재미있다. 수다 떨며 걸어도 좋고, 뒷모습만 바라보고 걸어도 사랑스럽다. 그렇게 여름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이렇게 즐겁게만 생각되는 여행(Travel)의 어원은 고통(Travail)이다. 교통과 정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여행은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전쟁과 기근,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은 고통이었다. 그리고 시대가 흐르면서 낯선 땅을 찾아 떠나는 고통스런 여행은 조금씩 즐거운 떠남이 되었다.

지구별 인구가 74억명, 세계관광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한 해 12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해외여행자들이 크게 늘어나서 지난 한 해 동안 19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에 121만여명이었던 해외여행자가 지금은 20배에 달한다. 여행 자유화 초기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20여년이 지나면서 여행 문화도 성숙하게 되었다. 여행자들만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여행지의 자연과 사람들도 행복한 여행을 만드는 공정여행 문화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한편 외국에서는 책임여행이라고 불리는 공정여행은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운영하는 마을여행,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여행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중앙정부도 몇 해 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관광두레’를 시작하여, 전국의 30여개 시에서 100여개 주민공동체가 ‘마을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충남 홍성과 전남 여수 관광두레를 방문했다. 홍성에서는 지역 청년들이 ‘행복한 여행나눔’ 여행사를 만들고 마을의 오래된 집을 수리하여 ‘암행어사’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청년들이 한달 가까이 땀 흘려 고생해서 가족들이 쉬어 가기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넓은 마당이 시원해 보였다. 홍성역에 내려서 ‘천년 여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청년들은 홍성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을 찾아서 “아지트” 여행코스를 만들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교육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여수 관광두레팀들은 다문화 결혼이주 여성들 등과 함께 오래된 집을 개조하여 협동조합 식당 ‘여수 1923’을 열었다. 여수항이 개항한 1923년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사진들이 식당 벽에 걸려 있다. 이 집은 여수시 여성정책과에서 오랫동안 일한 공무원이 퇴직을 하고 다문화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여럿이 모여 만든 식당이다. 짭조름한 게장 국물 맛에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특히 해산물 돌솥밥은 여느 식당에선 맛볼 수 없는 일품요리다. 여수시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오래된 여관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이 건물 지하는 원래 룸살롱이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주말마다 버스킹 공연이 있다고 한다. 예술인들은 이곳에서 며칠이고 그냥 지낼 수 있게 하는 주인장의 인심이 여수를 찾게 한다. 여행하는 사람이나 여행 지역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공정여행. 이번 여름에는 조용한 마을여행으로 여름을 지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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