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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김영란법, 고치려면 제대로! / 신영무

등록 2016-07-18 17:57수정 2016-07-28 16:38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전 대한변협 협회장

최근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사건들이 있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그리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로부터 비롯된 법조비리 사건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몇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먼저 민간분야의 부패가 주무관청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등 지식인집단의 양심까지도 마비시켜왔다는 사실이다. 또 정의를 수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부패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치주의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 부패의 추방이 필수불가결한 대전제가 된다.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이제 시행을 2개월 앞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법의 일부 내용과 관련하여 국회 차원에서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개정이 논의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다시 포함시키는 것, 둘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부활시키는 것, 셋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 넷째,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선을 상향조정하는 것 등이다.

그동안 나는 법의 개정보다는 시행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우선 시행한 후에 보완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이 기회에 더 근본적인 개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부정청탁금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직을 이용한 유·무형의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 관련 조항도 부활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임용하거나 피감기관에 특채시킨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다.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등 윤리강령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언론인은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법률 제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4의 권력’이다. 사립학교 교원도 마찬가지다.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분이다. 그리고 식사나 선물 등의 상한선에 대해서도 일부 관련업계가 중심이 되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부패를 추방하고자 하는 법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물론 업계의 매출에 다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일소하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나아가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바른 사회를 만드는 가치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깨끗하고 공정한 경쟁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소한 부패까지 엄단해왔다. 이를 통해 법치를 확립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구한말에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를 망친 원수가 누구냐? 거짓이다.” 그래서 도산 선생은 우리 민족의 거짓말하는 버릇을 바로잡는 사업에 헌신했다.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어떠할까? 나는 이렇게 확신한다. “우리 사회의 망국병인 부패를 추방하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부패 추방’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루어내야 할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바른 사회가 되어야 이른바 ‘흙수저’들도 꿈과 희망을 갖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만큼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 나아가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며,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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