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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나랑 시간여행 할래? / 나효우

등록 2016-08-05 18:14수정 2016-08-05 18:38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여행을 즐기다 보니 사람들이 간혹 묻는다. 어느 곳이 가장 좋았고 추천하고 싶은 여행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티브이 광고에서는 한동안 “어디까지 가봤냐”고 묻더니, 요즘에는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고 친절히 대답해준다. 당신에게 가장 행복하고 좋았던 여행은 어디였고 어떤 여행이었는가? 난 순간 여러 곳을 떠올린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남해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크고 울창한 삼나무 숲이 있는 미국의 ‘레드우드 국립공원’, 그리고 시간이 멈춘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라고 대답을 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만난 대자연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내가 행복하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이 좋다.

그런데도 뭔가 충분치 않다. 더 좋은 곳도 많았던 것 같고, 더 가보고 싶은 곳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같은 여행지를 가도 누구랑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맛이 다르다. 황무지, 오지를 가도 연인과 함께한다면 더없이 달콤한 시간이 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팀의 정신과 전문의 로버트 월딩어는 1938년부터 75년간 보스턴의 가난하고 문제가 많은 빈민가정과 하버드 대학생 출신 가정 두 집단을 통해 “무엇이 인생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가”에 대해 연구를 했다. 아마도 행복에 관해서 가장 오래된 연구일 것이다. 해마다 두 집단을 만나서 인터뷰한 사람만 724명이다. 연구 결론은 부자가 되거나 명성을 얻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두뇌도 좋아지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오래 산다고 했다.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타임머신>을 쓴 이래로 수많은 영화와 소설이 시간여행을 다뤘지만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좋은 벗과 함께하는 여행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여행시간은 불규칙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정지한 듯이 머물기도 하고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현재와 미래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힘든 시절도 좋은 벗과 함께하면 넉넉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버틸 만한 시간이 된다.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호기롭게 도전에 나선다. 벗과 함께 미래 여행을 나설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앤디’에게는 매일이 치욕스런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교도소 도서관을 위해 기증받은 책들 중에 오래된 엘피(LP) 음반들을 발견한다. 그는 보물을 발견하듯이 소중히 음반을 꺼내어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부드러운 저녁 산들바람’이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이중창으로 나온다. 혼자 몰래 들으면 그만이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잠시 잊고 있었던 동료들에게 확성기를 틀어 음악을 들려준다. 독방 신세를 각오하면서까지 음악을 들려줄 이유가 있었을까. 교도소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 그리고 그의 행복한 미소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는 16㎝ 길이의 자그마한 망치로 쇼생크 철옹성 감옥을 뚫고 19년 만에 탈옥을 한다. 동료 감옥수 ‘레드’가 “그 망치로는 600년도 더 걸릴 것 같다”는 시간을 뚫고 시간여행을 한 셈이다. 마침내 앤디와 레드는 멕시코 지와타네호에서 만난다. 가장 행복한 여행은 좋은 벗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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