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여행 대표 우리에게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필리핀 세부에서 배로 2시간을 가면 보홀섬이 있다. 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필리핀에서 보홀섬은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여 생태여행으로 유명하다. 가장 인기있는 체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배를 타고 드넓은 바다로 나가서 마음껏 헤엄치는 돌고래를 만나는 것이다. 새벽 5시에 눈 비비고 일어나 필리핀의 전통 목선 방카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여를 가면 파밀라칸섬이 나온다. 아주 자그만 섬이라 보홀섬에서 식수를 길어서 먹어야 하고 섬 주변이 돌고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 주민들은 돌고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1998년 필리핀 정부가 돌고래 포획을 금지하자 어부들은 당장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어졌다. 이때 마을여행을 기획했던 이들이 환경단체와 함께 어부들에게 섬 주변에 서식하는 10여종의 돌고래를 지키는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어부들은 돌고래의 생태를 잘 알고 있기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었다. 돌고래를 잡지 않아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돌고래 ‘지킴이’가 되니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마을여행 개발팀은 보홀섬의 농부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었다. 오래전 해적들이 섬에 쳐들어와 마을 처녀들을 잡아가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성당 신부의 제안으로 망루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망루를 지키고 있다가 해적들이 몰려오면 소리쳐서 피신하게 된 이야기를 전문 연극배우들을 초청하여 집체연극 형식으로 만들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고 단합되었다. 이렇듯 다양한 생태여행의 보물섬과 같은 보홀섬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곳 중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보홀섬 끝자락 팡라오에 위치한 ‘꿀벌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의 숙소이면서 마을 주민들의 일터이다. 원래 이곳은 꿀벌과 다양한 허브를 길러서 여행자들에게 맛난 음식을 내놓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러다 몇 해 전 큰 태풍이 몰아쳐 꿀벌들을 잃었지만 지금도 인근 지역에서 꿀을 가져다가 손님들의 음식 재료에 쓰거나 팔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마을 사람들이 청소와 빨래 등 관리뿐만 아니라 여행 안내, 제빵과 다양한 기념품 제작·판매 등을 하는 마을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마을에서 생산하는 먹거리와 물품을 이용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머물며 여행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게스트하우스가 단순히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여행자와 여행자를 이어주고, 마을과 여행자를 이어주는 마을의 베이스캠프, 허브로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마을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문화를 존중하며 자연을 보전하는 여행문화가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에게도 전해진다. 우리에게는 지난 2011년 말에 관광진흥법을 통해 도입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있다. 처음에는 100곳 남짓했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도시민박업, 즉 게스트하우스는 지난 5년 사이에 서울에만 약 1천여곳에 이르며 제주도, 부산 등에서도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잘하는 곳도 있지만 과당경쟁의 폐해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광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하면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지만 난개발로 인해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마을과 여행자들을 잇고 경쟁관계보다는 협업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면 더 바람직한 대안, 마을여행의 허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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