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벌어진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살해 사건들을 독자적으로 집계해보는 탐사기획 ‘더 카운티드’(The Counted)를 하고 있다. 신뢰하기 어려운 당국의 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독자들의 제보 등을 끌어모아 포괄적인 자료 모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각각의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피해자가 무장했는지 안 했는지,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등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집계된 피해자는 1146명, 2016년 10월까지 집계된 피해자는 814명이다. 인종 분류를 보면, 2015년 백인이 581명, 흑인 306명, 히스패닉·라틴계가 195명 등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인구 비례에 따른 환산 결과다.
인구 100만명당 피해자는 흑인 7.66명,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 5.49명, 히스패닉·라틴계 3.45명, 백인 2.93명 등이다. 인종에 따라 드러나는 공권력 남용의 편향적 실태는 이 기획이 시작된 배경을 말해준다.
‘정치’(politics)와 ‘치안’(police)은 같은 고대 그리스어 ‘폴리테이아’를 어원으로 삼는 한 쌍의 단어다. 공권력(치안)이 유독 집중되고 남용되는 바로 그 지점에, 그 사회가 오랫동안 기대어온 지배와 차별의 구조(정치)가 있다. 치안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해묵은 지배와 차별의 구조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라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끊이지 않는 인종범죄와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 끓어오르고 있고,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주된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원형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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