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여행 대표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이맘때면 캐럴에 흥겨워야 할 사람들이 주말 휴식도 반납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선다. 광장은 깜빡이는 수많은 촛불과 함께 사람들의 온기로 훈훈하다. 며칠 동안 심한 감기를 앓고 있지만 집에서 티브이로 애태우기가 민망해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온 광장이다. 시내 한복판을 걷다 보니 송년회로 붐비는 음식점 사이로 여행사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동종업계 사람들이 요즘 먹고는 살까 괜한 걱정까지 더해진다. 전국에 여행사가 약 1만5천여개 있는데 대개가 대리점영업으로 생존하거나 저가경쟁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주요 여행사 20개가 전체 시장의 7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상위 여행사들도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들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흔들거린다. 지난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최고 연봉자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그룹의 다라 코스로샤히 회장이다. 익스피디아는 20여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여행예약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오르비츠 등 10여개 자회사가 바로 익스피디아그룹 소속이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프라이스라인은 부킹닷컴, 카약, 아고다, 오픈테이블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여기 온라인 여행시장의 양대 산맥에 중국의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Ctrip)이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시트립은 중국동방항공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최근에 스카이스캐너를 약 2조609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관광업계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고용과 경제 효과가 높은 관광 등 서비스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이 단순히 인수합병으로 몸집만 키웠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빠르게 변하는 여행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들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여개의 하위 브랜드를 갖고 있는 트립어드바이저의 경우에는 2017년부터 야생동물, 멸종위기 동물을 접촉하는 상품을 팔지 않되 동물 전문가와 함께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자원봉사 등을 권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몇몇 호스트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에어비앤비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소셜 임팩트 여행’ 섹션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여행자들에게 제공하고 수익을 사회단체 활동에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여행자들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담는 여행을 찾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영국 런던 관광박람회(WTM)에 참여했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박람회(Fitur), 3월 독일 베를린 관광박람회(ITB)와 함께 세계 3대 관광박람회로 꼽히는 런던 관광박람회에서는 ‘책임여행 포럼’이 지난 20년 동안 진행되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런던에는 1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머스 쿡’이 있다. 해마다 약 2500만명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토머스 쿡은 ‘책임여행’ 부서를 만들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또한 2001년에 설립된 ‘책임여행’은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여행사로 꼽힌다. 2017년은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환골탈태, 즉 뼈를 깎는 고통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여행이 지속가능한 여행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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