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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박근혜로 끝’이라는 세력들 / 김이택

등록 2016-12-15 19:01수정 2016-12-15 20:41

김이택
논설위원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오른 여고생 이수진양은 “꼭두각시가 물러났다고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탄핵이면 다 됩니까, 박근혜가 끝입니까”라는 사회자 물음에 촛불 시민들은 “아니요”라고 화답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이후 ‘박근혜가 끝’이라는 쪽과 ‘이제부터 시작’이란 쪽으로 나뉜다. 전자는 황교안 대행체제에 힘을 실으며 세상이 ‘법’ 절차를 존중해 빨리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자는 8·15, 4·19, 6월항쟁 이래 ‘죽 쒀서 개 준’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이번에야말로 40년 쌓여온 ‘박정희-박근혜 체제’의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친다. “대한민국이여 새롭게 태어나라”며 “늘 깨어 있으시겠습니까”라고 물은 가수 이은미씨나 “예”라며 호응한 촛불 시민들 역시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박근혜가 끝’이라는 쪽은 ‘보수여 죽어라’라며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태어나자고 주장한다. 박근혜만 바꾸고 박근혜 체제는 살리자는 뜻이다. 이들은 ‘박정희-박근혜 체제’, 즉 정경유착과 권언유착을 토대로 한 수구보수 독식의 기득권체제를 40년 지탱해온 공동운명체였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참사, 정윤회 게이트 등 위기 때마다 이심전심으로 도와가며 이 체제를 함께 유지해왔다.

댓글 사건으로 대선 개입 논란이 커지자 ‘대선에 개입해 여론조작할 목적이었다면 330위 사이트를 골랐겠느냐. 대북 심리전이란 설명을 왜 못 믿느냐’는 논리로 박근혜를 옹호했다. 법 기술자들 역시 수사·재판 과정에서 선거법 유죄만은 막아 당선의 정당성은 지키려 애썼다.

세월호 참사 뒤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돈 더 받으려 저런다’고 모욕하는 친박 돌격대와 ‘일베류’ 편에서 국정조사특위를 무력화하는 데 힘을 실었다. 최근 탄핵안에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할지 논란이 된 뒤 급기야 “사고가 알려졌을 때는 골든타임이 지난 뒤였다. 박 대통령이 그 시각 바다 현장에 있었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 “희생자 수는 박 대통령의 대처와는 상관없는 것”(<조선일보> 12월8일치 사설, 15일치 칼럼)이란 논리까지 들고나왔다.

박근혜와 세월호
박근혜와 세월호
그러나 그날 오전 9시19분 첫 방송 직후 대통령이 집무실로 나와 국가안보실에 ‘VIP 보고용 영상’을 현장에 채근하지 말고 “구조에만 전념하라고 하라”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해경이 해사안전법 43조3항에 따라 선장에게 즉각 하선 조처를 명령했다면, 세월호에 “빨리 탈출시키라”고 무전 치며 옆에 대기하던 2천톤급 둘라에이스호까지 있었으니 충분히 구조가 가능했다. 배가 59도 기운 9시45분께라도 6분17초면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 분석(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의 검찰 제출 보고서)까지 고려하면, 두 글은 분명 왜곡이다.

정윤회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에는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였으나 부역한 법 기술자들이 ‘문건 유출 사건’으로 뒤집음으로써 갱생의 기회를 날렸다. 이를 주도한 김기춘과 우병우가 단죄 대상에 오른 것은 인과응보다.

지금 탄핵 심의와 국정조사, 특검 수사로 ‘박근혜’와 그 공범·부역자 청산 작업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박근혜 체제’의 부역자들은 촛불에 숨죽이며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박근혜를 비판하고 탄핵하는 대열엔 본의 아니게 휩쓸렸으나 체제가 흔들리는 듯하자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그 체제의 청산과 새 체제 건설은 40년 묵은 지난한 과제다.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경유착, 권언유착을 들춰내고 재벌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이뤄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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