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인터뷰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던 25일 심야의 ‘박근혜쇼’는 “모두가 거짓말”이고 “누군가 기획”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또 하나 ‘허걱’ 했던 건 태극기 시위대에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시위에 가겠느냐’는 의도된 듯한 질문에 “아직”이라고 여지를 남겨놓은 대목이다. 박근혜 청와대는 ‘태극기’를 손에 든 극단세력을 정치공작의 행동대로 부려왔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2014년 7~9월치엔 박사모 등을 시켜 박지원 박범계 권은희 등 야당 의원들을 고발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실제 그대로 집행됐다.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은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다이빙벨> 상영 반대 시위 등 반세월호 집회를 지시했다. 패륜적인 폭식 투쟁도 이들의 작품일 것이다. 정무수석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국민’ 대신 극소수 특정 국민과만 소통하며 돈까지 지원했다. 허현준 행정관은 세월호 유족 반대 집회뿐 아니라,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위에 맞설 구상을 하라고 자유총연맹 고위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좌파’라며 블랙리스트에 올린 문화예술인과 단체의 돈줄을 끊고, 대신 반대편 우익단체들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자금을 지원해줬다. 폭탄주를 오른쪽으로 돌릴 땐 ‘우익보강’, 왼쪽으로 돌리면서 ‘좌익척결’을 외쳤던 공안검사 시절 다짐을 실천했다.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서 탄핵 반대 시위대도 결집 중이다. 이들 모두 그렇지는 않겠으나 박근혜 청와대가 동원한 정치공작 행동대의 흔적이 엿보인다. 최근 집회에선 “탄핵되면 폭동” “군대여 일어나라” 등의 수위 높은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아버지 시대 이래 수십년 쌓아온 명예와 권력까지 모두 잃고 쫓겨날 처지라면 그 앞에 나가 마지막 호소를 해보고 싶은 유혹도 느낄 법하다.
우익단체의 탄핵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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