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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대통령 뽑기보다 중요한 일/ 김이택

등록 2017-02-16 18:24수정 2017-02-16 20:39

김이택
논설위원

‘촛불 혁명’이 기로에 섰다. ‘박근혜 탄핵’을 넘어선 ‘40년 적폐 청산’의 꿈이 도전에 직면했다. 두 차례나 ‘이재용 구속’을 시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난도질하는 수구 언론들의 보도가 이를 예고한다.

‘이재용 영장’ 기각 이후 ‘촛불’과 ‘태극기’에 대한 양비론적 접근과 물타기가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6일 뒤 국정농단의 한 ‘공범’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에 응해 인터넷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 또 다른 ‘공범’도 그날부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라며 특검 수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부역 정당’도 태극기 집회 안팎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모든 행정에는 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김문수) “촛불집회에 북한이 희망이란 깃발이 나부낀다”(이인제)는 등 막나갔다.

그사이 촛불이 한껏 밀어 올렸던 적폐 청산의 전선은 위태로워졌다. 경제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등 촛불 정신의 제도화는 벽에 부딪혔다. 국정농단의 진상 규명과 그 주역·부역세력 단죄를 위한 특검 수사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삼성 이외 다른 재벌 수사나 ‘검찰 농단’은 손도 못 댔다. ‘화이트 리스트’ 속 어용단체를 동원한 정치공작이나 최태민 일가의 수천억원대 불법재산 형성 의혹 수사 역시 손도, 시간도 모자란다.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에 이어 대면조사마저 불발되면 박근혜 단죄도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 탄핵심판 역시 헌법재판소가 일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대통령 쪽의 지연작전에 3월 초 선고를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촛불 혁명이 주춤거리는 데엔 야당의 책임도 있다. 대선 판세가 일방적으로 기울면서 너무 일찍 김칫국물을 마셨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조짐도 엿보인다. “대선만 이기면 다 해결된다”는 섣부른 낙관으로 현안엔 한눈을 팔았다.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오만함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그사이 ‘태극기 부대’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며 탄핵조차 가로막고 나섰다. 수구 언론은 극단세력의 불매운동 협박과 자본권력의 물량공세를 의식한 듯 특검 수사까지 슬그머니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이러다 탄핵 결정 이후 역풍 조짐이라도 보이면 어떻게 표변할지 알 수 없다.

야당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촛불’은 진실을 먹고 커왔다. 진보-보수를 넘어 대부분의 언론이 다투어 드러낸 국정농단의 실상이 1천만 이상의 촛불을 불러모았다. 그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법과 제도로 승화시키는 촛불의 진화가 필요하다. 대선 일정 속에서도 ‘촛불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 촛불집회를 뒷바라지해온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세월호참사 진상 규명과 언론장악금지입법 등 6대 긴급현안을 정치권에 요구해왔다. 사실상 폐기될 운명에 놓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빼고는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이들은 14일엔 재벌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등을 위한 30개 우선 개혁 과제 입법도 국회에 촉구했다.

그러나 야3당이 이미 약속한 방송장악방지법과 공직자비리수사처법, 상법 등 개혁입법조차 ‘부역 정당’들의 반대에 막혀 있다. 개혁에 대한 저항 역시 진실의 힘으로만 돌파할 수 있다. 진실을 밝히고 알리는 일부터 다시 촛불 시민과 힘을 모아야 한다. 촛불의 꿈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민주정부 10년간 이룬 성과조차 9년 만에 다 뒤집혔다. 왜 그랬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개혁으로 민생을 챙기고, 언론개혁으로 여론 흐름을 바로잡으며, 검찰개혁으로 통치기구를 정상화해야 한다. 대통령 바꾼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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