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조선(북) 사람들을 애정으로 대하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최대한 그들의 눈으로 보려고 하죠.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베이징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한 일본 기자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뒤, 나의 기자생활 ‘금과옥조’에는 ‘취재원을 애정으로 대하기’가 들어갔다. 그는 분명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문화어(북한 표준어) 억양이 느껴진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북한을 오가서일까. 위의 이야기는 북한이라는 낯선 사회를 취재하기 힘들지 않은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일본 매체들은 중국 주재 기자들이 북한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엔에이치케이>(NHK), <도쿄신문>, <후지텔레비전> 등 일부 기자들은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중국 취재는 하지 않고 북한만 전담한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교도통신> 지국장은 베이징을 근거지로 삼아 평양을 오가고 있다. 중국 동북의 중심도시 선양에 지국이 있는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기자들도 북한이 주요 취재 분야다. 그들의 취재는 열정적이다. 평양발 비행기의 도착 시간에 맞춰 공항에 진을 치고 있는 것도 대개는 일본 매체들뿐이다. 북한 주요 인사들의 방중 소식을 일본 매체가 가장 먼저 보도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북한에서 개최되는 여러 행사에 직접 오가는 것은 물론, 북한 인사가 참석하는 중국 내 행사에도 일본 매체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일본 기자들 몇몇이 모여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관계자를 부르는 식사 자리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일본 기자들에게 북한에 왜 관심이 많은지 물어보니, “원래 북한은 일본 언론의 중요한 취재 대상이다. 냉전 시기 북한에 가장 우호적인 나라는 일본이었다”거나 “2000년대 초반 일본인 납치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 북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물론 그들의 취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 일본 기자는 “예전엔 취재 보안을 위해 중국 휴대전화용 심카드를 주기적으로 2개 사서 취재원과 내가 나눠갖고 그 번호로만 연락했지만, 중국의 휴대전화 실명제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북한 실태를 취재하려고 동북 지방에서 탈북자를 접촉했다가 본의 아니게 탈북 과정에 개입했다는 기자도 있었다. 북한 관련 보도에서 일본 매체의 활약을 계속 보아와서인지,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피습 동영상’ 등 그들의 눈부신 성과가 낯설지 않다. 낮시간대 온종일 뉴스성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민영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취재·보도를 하는 매체 환경도 일조했을 것이다. 한 기자는 “2001년 김정남이 ‘도쿄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었다’고 했던 위조여권 입국 사건 때부터 그는 유명해졌다. 자유를 원하는 듯하면서도, 그다지 ‘북한스럽지’ 않은 이미지였다”며 “게다가 암살이란 사건 자체가 흥미진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본이 국제뉴스에 투입하는 자원의 규모는 한국이 쫓아가기 힘들다. 인원수만 보더라도, 일본 <교도통신>은 베이징에만 특파원 10명을 파견했고, 현지 직원 8명을 고용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특파원 3명, 현지 직원 2명과 비교된다. 신문사도 <요미우리신문> 6명, <아사히신문> 4명이 각각 현지 직원과 일하는 데 견줘, 한국은 각사가 대부분 별도 직원 없이 1명이 주재 중이다. 이런 상황 탓인지, 중국이란 취재 대상을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비단 북한뿐 아니라 중국, 나아가 세계 어느 곳에 대한 취재·보도에서도 일본 매체가 한국보다 눈에 띄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이는 아마도 국제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례하는 것일 터, 우리의 ‘좁은’ 현실이 엿보이기도 한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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