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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대북 선제타격? 정신 차리시라 / 이용인

등록 2017-03-09 18:22수정 2017-03-09 20:05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두어달 넘게, 길게는 거의 반년 동안 ‘대북 군사공격’이라는 유령이 한반도 상공을 어슬렁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선제타격’을 배제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다. 무시무시했던 그 유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꼬리를 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징후가 있을 때 사전에 공격하는 선제타격과, 그런 징후가 없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파괴하는 예방타격은 개념적 차이가 있다. 두 개념을 워낙 혼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냥 뭉뚱그려 ‘군사공격’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공격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초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를 하며 미-중 관계의 불문율이었던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고 누구나 생각했을 법하다.

게다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참모들이 백악관에 포진해 대외 전략에도 관여하고 있다.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시키는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극도의 혼란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고, 외부 관찰자들이 이를 미국의 대외정책에 투영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으로 시끄러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수립에 착수했으며,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들은 곧 선제타격론으로 통했다.

하지만 모든 옵션을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과,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옵션이 정책으로 되려면 정책 이행에 따른 효과와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군사공격이 정말 깊이있고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면, 언론에 흘러나왔을 리도 없다. 그건 극비의 군사작전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해, 좀 심하게 얘기하면, 코웃음을 쳤다. 한국 뉴스를 보면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비꼬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국인들이 오히려 선제타격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하거나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흔히 대북 강경파라고 불리는 워싱턴 전문가들조차도 대북 군사공격론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워낙 농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공격을 거론하는 일부 전략가들의 의도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혼란을 가장 두려워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으면 북한의 생명줄을 끊으라는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북한도 이런 수를 뻔히 알고 있다. 군사공격 논의에 가장 심란해하는 것은, 중국도 북한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

군사공격론이 중국이나 북한에 먹혀들려면 군사공격을 진짜로 할 것처럼 완벽하게 ‘사기’를 쳐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들이나 미국 시민들을 일본으로 소개시키면, 북한은 군사공격이 임박했다고 볼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지하로 숨어들지, 아니면 한국에 선타격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한반도의 운명을 건 도박이다.

군사공격 광풍은 한국 일부 정부 고위 당국자, 한국 언론,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정신들 차리시라. 전쟁은 장난이 아니지 않은가.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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