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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세월호 오는 날 그가 떠난다

등록 2017-03-30 17:34수정 2017-03-30 21:17

김이택
논설위원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마지막 항해에 나서는 날, 한 사람이 심판대에 섰다. 애타게 구조 요청하는 자기 국민을 내팽개쳤던 이 땅의 최고권력자는 그 가족들이 1080일 가슴에 커다란 납덩이 달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되레 권력을 총동원해 ‘돈독이 올랐다’고 모욕하고 ‘빨갱이’ 딱지 붙여가며 가족들마저 수장시키려 했다. 단식하는 옆에서 폭식투쟁 하고 ‘반세월호’ 관제시위 하는 자들을 사주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세월호 원혼들로부터 천벌을 받는 것이라고. 참사의 진실 탐사는 다시 시작되겠지만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진실을 침몰시키려 그렇게 몸부림쳤던 그가 바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박근혜 파면’ 결정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김이수·이진성 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다수의견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보충의견 중 두 대목이 압권이다. ‘그날 사회안전비서관실 등에서 받은 침몰상황 보고서들을 모두 검토했다면 상황의 심각성을 오후 3시에 알았을 리 없다.’ 결국 보고서도 안 읽어봤다는 뜻이다. ‘7시간’ 알리바이 역시 거짓일 것임은 물론이다.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면서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초기에 30분 이상 발생 사실을 늦게 인식하게 됐다… 늦어도 10시경 청와대 상황실로 가서 관계기관을 지휘·감독했다면 승객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허비한 7시간을 감추려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모질게 굴었을 것이다.

그러니 현실의 법정에선 13가지 죄만 받겠지만 하늘의 법정에선 304명의 목숨을 외면한 죄까지 묻고 있을 것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법’이니까.

30일 판사 앞에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검찰에서도 “뇌물 받으려 대통령 한 거 아니”라며 눈물 흘리고, 밤새 7시간이나 조서를 꼼꼼히 읽었다니.

나라의 품격을 생각해 선처하자거나 계파 해체를 조건으로 용서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자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불복’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친박 무리들이 카톡방에서 가짜뉴스를 퍼나르고 가짜 ‘진실’을 공유·확산시키며 선동하는 배후에도 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드러난 사실이라도 인정하고 온 국민을 속인 잘못부터 사과해야 한다. 여전히 ‘야구방망이’ 흔들며 자기를 ‘마마’로 떠받드는 부류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데 선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별히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은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설사 그가 무릎 꿇고 사죄한다 해도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빼놓고 감히 ‘용서’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까지 보아온 ‘인간 박근혜’는 아마 끝까지 고백하거나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나름대로 그와 그의 아버지 시대를 마감하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통장에 돈 한푼 들어온 것 없다”는 게 그가 버티는 최후의 명분이다. 집값·옷값 대납했다는 수사결과로도 부족하다면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수천억원 재산의 뿌리와 주인을 캐야 한다. 그래야 ‘마마’나 ‘야구방망이’ 세력, 삼박(삼성동 친박) 의원들도 실체를 알고 흩어질 것이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반혁명 세력이 준동하던 1926년 ‘어리숙한 사람들은 물에 빠진 개를 동정하다 도리어 물리고 만다’며 어설픈 ‘자비’를 경계했다. 죽 쒀서 개 준 역사를 되풀이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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