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확실한 방법 / 이용인

등록 2017-03-30 18:13수정 2017-03-30 21:16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최근 2주가량 미국 워싱턴에서 한반도 위기 체감지수가 부쩍 높아졌다. 예후들이 좋지 않다. 갈등 완화보다는 갈등 악화로 가는 쪽이다.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변동성이 높긴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느껴진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이후 미국 내 분위기는 대북 강경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불을 지폈다. 발언 맥락을 보면, “거기까지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많은 조처들이 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언급했다. 그럼에도 한국만큼이나 미국 언론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야심작이었던 ‘트럼프케어’(건강보험법)를 하원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러시아 스캔들’도 그를 옥죄면서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 로켓 엔진 시험이 포개졌다.

북한이 긴장고조 행위를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적인 정책에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이나 강경파 전문가들이 ‘김정은 정권 교체’를 거론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한국엔 국정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산다”는 워싱턴 싱크탱크 한국계 전문가의 걱정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화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을 배치해 대북 억지력을 높이고 ‘중국을 통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정도다. 옛날 도구 상자를 뒤지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식이라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4년 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틸러슨 장관의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법은 위협을 막는 차원에서만 고민돼 왔다. 그래서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답게 전략적 이익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얀마와 관계 정상화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얀마도 한반도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지역이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몇년 전 미국과 미얀마의 관계 정상화를 두고 “중국과의 외교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이 무척 당황해했다는 후문도 들려줬다.

중국의 14개 육상 경계국 가운데 비교적 위협이 적은 접경국가는 미얀마와 북한뿐이었는데, 이제 오로지 북한만 남아 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한다면 사드 배치보다 중국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탐내는 나진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보를 통해 두 국가가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통로를 막을 수도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집중도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미얀마와 북한을 비교하는 것에 대해 많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미얀마는 핵이 없었다. 미얀마는 외부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지하자원들이 북한보다 훨씬 많았다. 미얀마는 북한보다 더 개방적이었다. 미국 군수업체들이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난관없는 협상은 없다. 일방적으로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외교도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및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섰을 때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틀로는 절대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협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되, 그것을 넘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도 전략적 시야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선택지가 넓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군비경쟁을 통해 동북아를 화약고로 만드는 것보다 중국을 견제하는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가상자산 과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1.

가상자산 과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한 대표, ‘당게’ 논란 연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당당히 찬성해야 [사설] 2.

한 대표, ‘당게’ 논란 연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당당히 찬성해야 [사설]

범죄·코믹·판타지 버무렸다…볼리우드식 K드라마의 탄생 3.

범죄·코믹·판타지 버무렸다…볼리우드식 K드라마의 탄생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4.

우크라이나 전쟁발 가짜뉴스에 돈 내야 할 한국

있지만 없는 시민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5.

있지만 없는 시민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