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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도쿄는 안전한가요? / 조기원

등록 2017-06-15 19:07수정 2017-06-15 21:02

조기원
도쿄 특파원

일본에 오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 중 하나는 방사능 문제였다. 출국 전에 도쿄가 안전할까라고 염려해주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은 도쿄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막상 도쿄에 도착해서 보니 방사능 문제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후쿠시마산 오이 같은 채소는 도쿄 시내 슈퍼마켓에서 원산지가 적힌 채 팔리고 있었고, 지하철에서는 ‘후쿠시마산 채소를 먹어서 응원하자’ 같은 말이 적힌 캠페인 팻말도 볼 수 있다.

지난 8~9일 일본포린프레스센터(FPCJ)와 외무성이 진행한 프레스 투어에 참가해 방문한 후쿠시마현도 예상보다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도쿄에서 200여㎞ 떨어진 후쿠시마는 곳곳에 울창한 숲이 있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후쿠시마제1원전 가까이에 가서야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집들이 보이면서, 이곳이 6년 전 대재해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후쿠시마현청은 후쿠시마의 공간 방사선량이 서울 등 세계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현청은 쌀은 포대마다 방사성 물질 전수검사를 하고 있는데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며 식품 안전성도 강조했다. 후쿠시마를 대표하는 농산물인 복숭아는 가격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전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방사능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일본 소비자청 설문조사에선 후쿠시마산 식품 구입을 망설인다는 소비자가 15.7%였다. 일본에는 가정으로 채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저마다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한 채소만 판다고 강조한다. 후쿠시마 그리고 후쿠시마와 가까운 지역을 제외한 산지의 채소만을 배달해주는 업체도 있다.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제1원전에는 산 쪽에서부터 원전 내부로 지하수가 흘러들어 오염수가 하루 약 150t씩 생성되고 있다. 과거 하루 400t씩 생성될 때보다는 양이 줄었지만 1천t을 채울 수 있는 거대한 물탱크가 일주일 정도면 가득 찰 양이다.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지금도 부지 한쪽에 물탱크를 만들어가면서 오염수를 빼내고 있다.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동토벽을 만들었지만 아직 완전 가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를 정화한 뒤 증발시킬지 바다로 내보낼지 등 최종 처리 방법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누출로 오염된 후쿠시마의 토양을 걷어내 따로 보관하고 있지만, 최종 처리장을 어디에 만들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밖에 최종 처리장을 만든다는 전제만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제1원전 폐로에 앞으로 30~40년이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폐로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어려워진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의 재가동 계획을 밝혔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후쿠시마제1원전 사고 뒤 가동 중단된 원전이다. 원전 사고로 어려워진 경영을 다시 원전 가동으로 풀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이후 얼마나 풀기 어려운 숙제가 겹겹이 쌓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도 수많은 원전이 있다. 더구나 일본과 달리 고리·신고리 원전은 반경 30㎞ 안에 340만명이 살고 있다. 지난해 경주에서 일어났던 지진은 한국에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세상에 절대 안전한 원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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