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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일국양제,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은지 / 김외현

등록 2017-06-29 18:18수정 2017-06-29 20:58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지난주 ‘반환’ 20주년을 취재하러 홍콩을 다녀왔다. 일정 내내 비가 왔는데, 전철과 버스, 길거리 등에서 시민들이 저마다 우산을 고이 묶어서 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산을 접은 뒤 묶으려면 자기 손에 빗물이 묻지만, 묶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빗물을 튀기게 된다. 내 손에 빗물을 묻히기 싫다는 문제와 남에게도 묻혀선 안 된다는 문제를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의식의 수준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홍콩 사람들은 대륙(중국) 관광객들의 흉을 봤다. 그들은 침 뱉고, 큰 소리로 떠들고, 무질서하다고.

직장인 ㅅ(38)은 중국 북방 출신으로 학업과 직장으로 뉴욕과 런던, 파리 등을 돌아다니다 3년 전 홍콩에 정착했다. 그는 홍콩 사람들을 비웃었다. “자기들은 뭐가 그리 잘났어. 그렇게 잘났으면 홍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어야지. 바로 옆 선전만 가봐. 식탁 네댓개 있는 작은 식당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전자화폐로 결제해. 홍콩은 아직도 현금 없으면 안 될 정도잖아. 우버, 디디 같은 차량 예약서비스 없는 대도시가 전세계에 홍콩 말고 또 있어? 몇십년 동안 도대체 뭘 했길래 금융, 부동산 위주 경제에서 나아진 게 없어. 그러면서 걸핏하면 대륙 탓만 하지. 앞으론 희망이 있나? 대륙 사람들 교양 수준은, 내가 봐도 한심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봐.”

서로에 대한 ‘비호감’은 중국과 홍콩을 묶고 있는 ‘일국양제’를 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준다. 홍콩 사람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도 일국양제 개념이 종종 거론된다’고 했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그럼 일국은 누가 되는 거야? 북한 중심의 일국이 돼도 남한은 받아들일 수 있어?”라며 생각지 못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사람에게 일국양제를 묻자, “30년 뒤면 사라질 것”이라며 시큰둥해했다. 1997년에 ‘앞으로 50년 동안 홍콩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했으니, 그때 주어진 50년의 유예기간 중에 이제 20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20년 전 ‘홍콩 반환’을 한달 앞두고 개봉한 <새로운 출발, 귀의 아픔>(?起??之耳仔痛)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다. 그 무렵 홍콩에서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과 반대로 외국에서 홍콩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다루면서,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 겪는 귀의 아픔 같은 부적응을 다룬 작품이었다. 최근 홍콩의 한 매체가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내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칭남큐는 식민지 홍콩보다 중국공산당 지배가 더 진보적일 것으로 생각한 수학자였다. ‘중국 공민’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미국에서의 교수 생활을 접고 홍콩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부인과 더불어 각종 반중 집회에 참가하는 열혈 운동권이 됐다. “예전의 홍콩엔 민주는 없어도 자유는 있었는데, 이젠 자유도 점점 핍박받는다. 중국은 우리가 떠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데니스는 1989년 천안문 사건을 보고 질겁한 어머니의 결심 덕에 10대 시절 온 가족이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을 갔다. 2003년 홍콩으로 돌아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대륙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만약 이곳에서 오래 살게 된다면, 홍콩에 점점 늘어가는 대륙 이민자들과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말이 ‘일국양제’지 사실상 흡수됐다는 생각 탓인지, 홍콩 사람들은 불만과 불안을, 중국 사람들은 자신감을 보인다. 앞으로 중국은 홍콩의 다름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홍콩은 또 어디까지 중국화될 수 있을까. 지금도 홍콩의 차량은 중국과 달리 왼쪽 차선으로 다닌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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