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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겁쟁이 중국 / 김외현

등록 2017-07-20 18:12수정 2017-07-20 20:42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위위안탄(옥연담) 공원은 봄철 꽃놀이로 유명한 곳이다. 며칠 전 그 근처 아파트에 다녀왔다. 최근 세상을 떠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집이다.

접근은 쉽지 않았다. 1층 현관에 경비원 제복 차림의 2명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고 벨을 누르려 하자, 우선 방문자 명단을 작성하라며 그중 1명이 나를 데리고 현관을 나섰다. 몇발짝 만에 아파트 출입구 밖까지 나와버렸다. 등 뒤로 아파트 출입문이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고, 완력과 위협 외에 어디 쓸모가 있을까 싶은 덩치의 남성 2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 뒤로 가건물 안에선 또 다른 덩치 네댓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소?”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오?”

“우리는 ‘우예'라오.”

중국의 아파트에서 ‘우예’는 관리사무소를 뜻한다. 하지만 믿기 힘들다. 그들은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 거주자 이름을 대라,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둥 갖은 이유로 나의 진입을 막았다. 원칙상 낯선 이의 출입 제한은 옳은 조처지만, 중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대개 중국 아파트는 배달원 등 비거주자들이 주민을 따라 슬쩍 들어가도 만류하지 않는다.

그들의 추궁은 스스로의 의도도 노출시켰다. “중국인이오, 외국인이오?” “당신, 몇번째 온 거요? 그제도 오지 않았소?” “어디 소속이오?” 류샤의 행적을 찾고 있는 외신기자들을 의식한 질문이었다.

전날도 이곳에선 이들이 사진 삭제를 요구하면서 스페인 매체 취재진을 상대로 드잡이를 했고, 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기자들의 ‘불법 취재’ 책임을 물었다. 류샤오보가 숨을 거둔 랴오닝성 선양에선 사복경찰 4명이 외신기자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온 일도 있었다.

2017년 7월18일, 고 류사오보의 부인 류샤가 사는 베이징 아파트 근처에서 ‘경비원’이 류샤와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2017년 7월18일, 고 류사오보의 부인 류샤가 사는 베이징 아파트 근처에서 ‘경비원’이 류샤와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덩치들의 강요로 불가피하게 발길을 돌리면서, 중국은 정말 겁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샤오보·류샤 부부의 존재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면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자신이 없나 싶었다. 이미 많은 나라의 경외를 받는 중국이 아니던가.

더욱이 그간 많이 언급됐듯이 생전의 류샤오보에 대해 전면적으로 진행돼온 통제는 불필요해 보이는 면이 있었다. 그는 천안문 사건 이후 줄곧 수감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에 머물며 감동적인 족적을 남겼지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공개했다면 과연 중국 사회 일반 대중이 무비판적으로 그를 추종했겠느냐는 지적이다. 예컨대 그는 냉전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이 ‘도덕적으로’ 옳았다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도 찬양했다. “서구화를 택하는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던 그는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도 옹호했다. “홍콩이 지금처럼 되는 데 100년이 걸렸으니, 중국의 크기를 볼 때 오늘날 홍콩처럼 되려면 300년의 식민통치는 분명 필요할 것이고, 300년이 충분할지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중국은 국내 언론 보도를 막고, 국외 언론의 취재를 방해한다. 그리고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류샤오보 문제에 진정 목소리를 낸 나라가 몇곳이나 되는가? 10분의 1은 되는가? 한번 세어보라”며 배짱을 부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중국이 국제기준에 맞는 인권이 존중되는 국가로 환영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한국 정당들이 저마다 성명을 낸 게 천만다행이다.

아파트 경내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한 덩치가 나를 쫓아왔다. 돌아서면 보이지 않을 어귀에 이르러,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건조했던 예년과 달리 습도 높은 무더운 여름을 맞이한 베이징에서, 냉방도 되지 않을 것 같던 좁디좁은 가건물의 덩치들 사이로 그는 돌아갔을 것이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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