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위위안탄(옥연담) 공원은 봄철 꽃놀이로 유명한 곳이다. 며칠 전 그 근처 아파트에 다녀왔다. 최근 세상을 떠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집이다. 접근은 쉽지 않았다. 1층 현관에 경비원 제복 차림의 2명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고 벨을 누르려 하자, 우선 방문자 명단을 작성하라며 그중 1명이 나를 데리고 현관을 나섰다. 몇발짝 만에 아파트 출입구 밖까지 나와버렸다. 등 뒤로 아파트 출입문이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고, 완력과 위협 외에 어디 쓸모가 있을까 싶은 덩치의 남성 2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 뒤로 가건물 안에선 또 다른 덩치 네댓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소?”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오?” “우리는 ‘우예'라오.” 중국의 아파트에서 ‘우예’는 관리사무소를 뜻한다. 하지만 믿기 힘들다. 그들은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 거주자 이름을 대라,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둥 갖은 이유로 나의 진입을 막았다. 원칙상 낯선 이의 출입 제한은 옳은 조처지만, 중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대개 중국 아파트는 배달원 등 비거주자들이 주민을 따라 슬쩍 들어가도 만류하지 않는다. 그들의 추궁은 스스로의 의도도 노출시켰다. “중국인이오, 외국인이오?” “당신, 몇번째 온 거요? 그제도 오지 않았소?” “어디 소속이오?” 류샤의 행적을 찾고 있는 외신기자들을 의식한 질문이었다. 전날도 이곳에선 이들이 사진 삭제를 요구하면서 스페인 매체 취재진을 상대로 드잡이를 했고, 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기자들의 ‘불법 취재’ 책임을 물었다. 류샤오보가 숨을 거둔 랴오닝성 선양에선 사복경찰 4명이 외신기자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온 일도 있었다.
2017년 7월18일, 고 류사오보의 부인 류샤가 사는 베이징 아파트 근처에서 ‘경비원’이 류샤와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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