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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여행하는 시민 / 나효우

등록 2017-09-15 20:23수정 2017-09-15 20:30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얼마 전 마을여행 기획가 과정 수업에 참여한 다연씨는 수십년을 살면서도 몰랐던 동네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서울 은평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리는 수업들 중에 혹시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신청했단다. 몇차례 이론 수업을 끝내고 관내 관광지도를 보고 여행기획을 만들어보라는데, 가보지 않은 곳 모르는 데가 태반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진관사, 한옥박물관은 더러 가봤고 동네 전통시장은 자주 들르는 곳이다. 그러나 서울혁신파크와 재미난 이름들의 사회적기업들은 들어보긴 했으나 가본 적은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을이 어느새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 가난한 달동네라고 생각했던 곳이 도시재생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고, 공원과 숲길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몰랐다. 내가 살던 동네를 이렇게 몰랐나 싶었다. 괜히 미안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았다. 며칠 후 다연씨와 몇몇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현장답사를 나갔다.

진관사와 서울혁신파크 그리고 전통시장을 들르는 3시간 코스를 만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진관사 숲길을 따라 숲 해설사가 나무 이름도 알려주면서 눈을 감고 묵상을 하라고 한다. 바람 따라 온갖 생명이 살아서 춤추듯 다가온다. 자주 들렀던 전통시장도 그 역사 유래를 알고 나니 처음 동네를 이사 온 듯 모든 것이 새롭다. 시장 안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을 맛나게 하고 오후에는 모두가 모여 마을 여행지도를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다. 다연씨는 마을여행을 통해 동네도 발견했지만, 누구나 여행자이면서 여행 지역의 시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 그리고 제주도 등 여러 곳에서 마을여행 기획가 과정을 통해 마을을 새롭게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자이면서 그 지역의 시민으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행하는 시민’들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3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추석 연휴에만 100만명 넘게 출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 수는 전년도에 비해 반토막이다. 문제는 몇몇 지역으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으니 주민들은 불편하다고 하고, 반대로 관광업계는 반토막난 여행자들 때문에 줄지어 폐업하고 있다. 숙박업, 요식업, 서비스업계가 잇따라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서울공정관광국제포럼에 참가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의회 콜롬 의원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몇몇 지역으로 몰리는 수많은 여행자를 관광객 수요를 원하는 지역으로 분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는 “보다 더 많은” 관광지가 있다는 캠페인을 통해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고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알리는 관광관리 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지난 8월에는 ‘대전광역시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조례’가 통과됐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박정현 시의원은 “관광사업을 통해 개발된 사회문화적 성과를 지역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관광사업으로 생겨난 수익이 지역민들에게 환원되는 비율을 높여 지역사회의 공정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새삼스레 공자의 말씀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가 떠오른다. 마을 주민이 먼저 행복해야 멀리 찾아오는 관광객도 환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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