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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종구 칼럼] ‘보수의 영웅’으로 떠오른 ‘촛불정부 국방장관’

등록 2017-09-27 19:29수정 2017-09-27 19:59

김종구
편집인

계속된 돌출발언으로 청와대에서 공개 경고를 받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일순간에 보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물론이고 보수언론들은 연일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송 장관 고무 격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보수 논객을 자처하는 어떤 인사는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라는 입에 담지 못할 표현까지 동원해 송 장관을 칭찬했다. 이런 칭찬에 송 장관이 기분이 우쭐해 있을지 아니면 난감해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문재인 정부로서는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송 장관의 앞뒤 재지 않는 엉뚱한 발언은 이미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감지됐다. 대형 법무법인에서 매달 3천만원씩 10억원 가까운 자문료를 받은 것을 ‘해명’한답시고 “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세계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 통제 불능의 언어 구사 습벽이 결국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향한 거친 인신공격으로 재연된 셈이다.

송 장관의 더 큰 문제점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다른 엇박자 행보다. 전술핵 재배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 반대 등의 발언은 단순히 부적절한 발언 차원을 넘어서 매우 치명적이고도 본질적이다. 사실 대북 평화정책에 대한 군의 저항과 반감은 역사와 뿌리가 깊다. 1989년 3월 육사 졸업식장에서 하나회 출신의 민병돈 육사 교장이 정부의 북방정책과 대북 유화정책을 비난하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경례조차 하지 않은 사건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된다. 민 교장의 행동은 군 출신 인사들의 남북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와 통찰력 부족을 명백히 보여준 예인데도, 보수세력은 “쓴소리를 하는 용기” “군인다운 행동”으로 칭송해왔다. 그 뒤 김영삼-김대중 정부 등을 거치면서도 군은 대규모 군사훈련이나 남북 육로교통 공사 방해 등으로 대북 평화정책에 시시때때로 저항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송 장관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충실한 집행자이기에 앞서 군의 전통적 고정 노선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송 장관에 대한 보수세력의 칭찬 또한 판박이다. (참고로 민병돈씨는 지금도 ‘세월호 난동 규탄 애국시민 궐기대회’ 따위의 집회에 단골 연사로 나오고 있다.)

집권세력이 정책적 성공을 거두려면 세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첫째는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 둘째 이런 신념과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셋째 집권세력의 인재 풀이다. 특히 해당 부처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확고하게 실현하는 인재(이를 학술적으로는 ‘매개 인사’라고도 부른다)의 등용은 집권세력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송 장관은 물론이고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 사람들에게 과연 합격점을 줄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에 “창의적 발상”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안보팀의 ‘창의력 점수’를 매겨보면 더욱 속이 답답해진다.

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이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부터 그렇다. 수장을 맡고 있는 정의용 실장은 과연 확고한 조직장악력, 폭넓은 정책 조율 수완, 창의적 전략 창출 능력을 갖추었는가. 기존의 한-미 동맹 강화 말고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혼선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 도발, 미국의 강경 대응이라는 외부적 어려운 환경을 헤치고 나갈 만한 외교안보팀의 뚝심과 역량 부족의 결과물이다.

논란의 초점이 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참수부대 창설’ 문제 등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문 특보와 송 장관에게 사후 경고장이나 날리는 따위가 아니다. 이른바 ‘쌍중단’이 한반도 위기 해결의 돌파구를 열 창의적 해법은 아닌지를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다. 또 ‘참수부대’라는 듣기에도 섬뜩한 단어의 부대가 목표 수행의 현실적 능력도 없이 괜히 분란만 일으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수’는 아닌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 조처를 내리는 것도 안보사령탑이 할 일이다. 이런 능력도 없이 기존 정책의 답습에 머물고 뒷북 경고장이나 날리는 외교안보팀, 촛불정권에 걸맞지 않은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국방장관 등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한반도 위기 종식을 위한 창의적 해법은 영원히 도출되지 않는다.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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