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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보방 마을의 도시재생 / 나효우

등록 2017-10-20 19:11수정 2017-10-20 19:33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유럽의 대표적인 녹색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보방 마을을 다녀왔다. 20여년 전, 1996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차 유엔 인간정주회의(UN Habitat)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친환경 재생도시로 프라이부르크시의 보방 마을이 소개되었다.

우리는 강제철거 반대한다고 이스탄불에 갔는데 그들은 성공사례를 들고 왔다. 프라이부르크시 외곽지역의 프랑스 주둔군 언저리에 살던 가난한 난민들이 철거 위협 속에서 마을을 지켜내고 마침내 녹색마을을 만들었다고 하니 당연히 화제가 되었다. 오늘날 인구 22만여명의 녹색도시 프라이부르크는 5500여명이 사는 보방 마을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보방 마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프라이부르크 기차역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는 트램과 자전거 그리고 태양광 집열판을 얹은 현대식 건물이 많다. 프라이부르크시의 둥그런 신청사도 태양광 패널로 전체 벽을 둘러쌌다. 다음날 아침, 한해에 300만명이 찾는 프라이부르크시의 관광마케팅 회사를 방문했다. 자그만 도시에서 서울시 관광마케팅 회사의 2배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한다. 담당자는 보방 마을,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에너지 재생회사들로 루트가 짜여 있는 녹색마을 여행지도를 보여준다. 이들이 녹색도시를 관광마케팅에 잘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방 마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프랑스군이 주둔하던 곳이었다. 군 기지 주변에는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동시에 투자자와 개발자들에게도 관심의 땅이었다. 1990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강제철거에 맞서 보스니아 난민, 홈리스, 대안을 꿈꾸는 청년들이 ‘스스로 독립된 이웃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저항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만들었다. 1992년 프랑스 주둔군이 물러나면서 친환경 마을재생을 모색했다.

보방 마을 사람들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이용하며, 모두가 도시재생에 기여한다. 또한 난민을 포함하여 모두가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1992년 시의회는 마침내 4개의 주둔지에 이들을 위한 주거 프로젝트와 6개 병영건물에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것을 승인한다. 그로부터 2년 후 보다 큰 규모의 단체 ‘포럼 보방’이 만들어지면서 교섭력도 커진다.

시정부는 1930년대 만들어진 낡은 장교클럽 건물을 당시 화폐 1마르크, 약 700원에 시민들에게 넘겨준다. 시의회는 거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건축 공모를 하고 건축가들은 설계를 하는 동안에도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공동체 건축가’들로 거듭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의식은 보다 높아진다. 지금도 주민들 중 70%는 자가용을 원치 않고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한다. 논의가 많다고 빠른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1996년부터 마을재생이 시작되어 2006년에 끝내려 했으나 실제로는 2015년이 되어서야 마지막 빌딩이 완성되었다.

마을을 돌아보다 보니,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캠프가 있다.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음식도 만들고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도시재생은 과거를 지우지 않고, 새로움을 더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권한이 그들에게 있어야 한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부러운 보방 마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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