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인사라는 것은 참 특이한 행동이다. 자주 만나거나 드물게 만나거나, 만날 때마다 생략할 수 없는 것이 인사이다. 정중하게 고개 숙이든지, 반가움을 화려한 언변으로 드러내든지, 아니면 그냥 어깨를 툭 치든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우리는 ‘서로 우호적인 사이’라는 것을 반드시 드러낸다. 말은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인사를 나눌 때 되도록 ‘부정적인 표현’의 말은 피한다. 건강이 어떠냐는 인사에는 대충 괜찮다고 말하면 그만이지 시시콜콜 불편한 부분을 말하지는 않는다. 가족 모두 안녕하시냐는 질문 투의 인사도 덕분에 모두 평안하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 정보의 진위 여부는 인사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에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싶을 때 가장 편한 인사 소재는 역시 ‘날씨’이다. 그날의 날씨로 말문을 열면 거의 부정적 표현을 피할 수 있다. 나에게 추우면 상대방도 춥고 나한테 더우면 상대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너무 추워졌어요”라고 날씨에 대해 짤막하게만 언급하고 “네, 그러네요” 하며 긍정적인 응답이 나오면서 ‘인사’가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근황이 어떤지 잘 몰라도 건넬 수 있는 좋은 인사말이 된다. 날씨와 아예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북한 쪽에다가 “날씨 이야기라도 좋다”고 언급한 말은 바로 그런 점에서 적절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만나서 미사일 이야기부터 하자고 하면 보나 마나 이런저런 문제로 꼬이기 십상일 것이다. 대개의 인사는 날씨에서 시작해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러 해 만에 닥친 한파라고 한다. 이 맹추위가 지혜로운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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