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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인사시키기 / 김하수

등록 2018-01-28 18:00수정 2018-01-29 10:22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어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왔다는 한 사진이 가슴을 찌른다. 종착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다. 한때 백화점 문 앞에서 잘 차려입은 직원들이 도열해서 정중하게 고개 숙이던 광경이 떠오른다. 이게 인사인가, 아니면 굴욕인가?

인사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거나 목례를 하면서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 행위이다. 인사를 엄숙하고 정중하게 해도 이러한 상호 행위가 있으면 굴욕을 느끼지는 않는다. 문제는 비대칭적인 상하 관계를 드러내는 인사이다. 절하기와 같은 전근대적인 인사는 자칫하면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보통 혼인식이나 설날에, 또 제사나 성묘 때 전래 행사로 행하는 ‘상징적인 행위’일 뿐이다. 이것을 실제 일상에서 남에게 강요한다면 ‘망발’이다.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인사를 하면 고객도 마주 인사를 할 수 있다. 서로 나누는 인사말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직원 가운데 가장 약자들에게, 업무 연관성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인사를 강요했다는 것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이른바 ‘인사’라고 생각했다면 딸처럼 귀엽게 생각해서 성추행했다는 변명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서비스업에서는 안 하던 이벤트를 벌여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고 종종 과장된 연출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 지향을 담고 있어야 한다. 어느 댓글에 달려 있다시피 진정으로 고객들한테 감사하고 싶었다면 그 회사의 임직원들이 서로 교대해 가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 훨씬 적절했을 것이다. 이제는 약자들만 달달 볶으며 하는 혁신이나 발전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인사를 약자에게 대행시키는 일은 인사라는 말뜻을 왜곡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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