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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다스 뒤 검은 거래 / 박점규

등록 2018-02-19 18:06수정 2018-02-20 10:14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2008년 7월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타오른 촛불이 잦아들고 있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촛불을 바라보며 자신을 자책했다”던 권력은 언제 그랬냐며 기세등등했다. 경주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명박 집안 회사 다스 노동자들이 18년 장기 집권한 어용노조 위원장을 쫓아내고 금속노조 경주지부에 가입했다는 소식이었다.

민주노조를 인정하라며 일손을 놓자 자동차 시트 생산이 멈췄고, 실시간 시트를 공급받는 현대차도 가동이 중단됐다. 이명박의 매제 김진 부사장은 해외출장을 가다 돌아와 노조를 인정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명박 집안 민주노조 습격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브이아이피(VIP) 회사에 노조 설립 움직임을 몰랐던 정보기관들이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쁨은 잠시, 복수가 시작됐다. 2009년 8월 쌍용차 경찰특공대 투입은 ‘노조사냥’ 작전의 서막이었다. 사냥감 1호는 대통령 집구석에 민주노조를 세운 금속노조 경주지부. 2010년 2월 경주 최대 기업 발레오전장이 직장을 폐쇄했다. 단체교섭 거부→직장폐쇄→용역경비·공권력 투입→단체협약 해지→어용노조 설립이 노조파괴 공식이었다. 5개월 만에 발레오전장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2010년 7월 노동부 포항지청은 바뀐 노조법을 무기 삼아 금속노조 경주-포항지부 19개 노조에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압박은 끈질겼고, 탄압은 가혹했다. 경주에서만 6개 노조 1천명이 금속노조를 떠났다. 노동청과 경찰이 “다스가 금속을 탈퇴하면 더 이상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고 했다.

노조 사냥은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 만도, 에스제이엠(SJM)으로 이어졌다. 직장폐쇄와 동시에 검은 복장의 용역과 경찰이 투입돼 합동작전을 벌였다. 경비업체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개인경호를 맡았던 컨택터스. 그들은 경찰이 뒤를 봐주는 조폭과 다름없었다. 노동자들은 표적이 될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2012년 8월 에스제이엠에서 벌어진 용역 폭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끔찍했던 전쟁이 멈췄다.

노동자들은 2011년 5월 유성기업에서 발견된 문건을 근거로 배후에 현대차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쌩깠다’. 법원이 유성기업 회장을 구속하면서 현대차의 불법을 인정하고 나서야 뒤늦게 검찰은 현대차를 기소했다.

이명박과 다스, 삼성과 현대차. 다스의 매출액은 이명박이 취임한 2008년 4천억원에서 2016년 1조2천억원으로 폭증했다. 삼성은 소송비를 내주고, 정권은 이건희를 사면한다. 현대차는 다스를 밀어주고, 이명박은 소원을 들어준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를 만든 강성노조, 현대차 부품사가 노조 사냥의 먹잇감이 된 이유가 아닐까?

2008년 촛불집회 때 만들어 브이아이피에게 직보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스스로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민간인 사찰에만 관여했을까? 노동전문가를 대거 비선조직에 포함시킨 이유가 노조 파괴 공작과 무관할까? 경찰 개혁위원회는 쌍용차 진압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유성기업 노조 파괴를 조사한다. 헌법 33조 노동삼권을 유린한 노조 사냥의 실체도 밝혀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를 파면하면서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비선조직에서 정경유착까지 똑같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물음을 넘어, 다스 뒤에서 벌어진 검은 거래에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철저히 파헤쳐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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