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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비대칭적 반말 / 김하수

등록 2018-03-18 17:56수정 2018-03-18 19:14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반말은 서로 다른 두 면을 보여준다. 하나는 친근함이다. 허물없고 다정해 보인다. 이 경우의 반말은 대개 대칭적이다. 서로 같이 반말을 하는 것이다. 동등함과 신뢰감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비대칭적인 반말이다. 한쪽은 반말을 하는데 다른 한쪽은 존댓말을 쓰는 경우를 말한다. 누가 상위에 있는지 하위에 있는지 금방 드러난다.

서로 친근하게 사용하는 대칭적 반말은 옆에서 보기에도 부럽다. 비대칭적으로 반말을 사용하면서도 친근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보호와 피보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부모와 자식, 선생과 제자, 선후배 사이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때의 반말과 존댓말은 상하관계이지만 아랫사람에 대한 후견 기능으로 어느 정도 심리적 보완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다정한 관계도 긴장된 상황이거나 비상한 위기에 이르면 금방 거칠어지기 쉽다.

근간에 일부 직장에서 일어나는 ‘태움’ 문제는 아무리 보아도 ‘보호와 피보호 관계’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냥 그저 그런 갑질에 해당할 뿐이다. 조직 내에서의 이러한 갑질은 공적인 업무가 아니라 업무를 빙자한 모욕과 착취에 가깝다. 선임자가 보호자인 양할 뿐 사실상 학대와 적대 행위라는 말이다.

직장 조직은, 아주 작은 소집단이 아니라면, 절대로 보호와 피보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부딪치기 쉬운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서로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를 보장하는 것이 더 옳다. 서로 대칭적 반말을 쓸 것이 아니라면 서로 존댓말을 써야 한다. 이런 곳에서 마치 동문회 하듯이, 문중 모임 하듯이 비대칭적 반말을 쓴다는 것은 하위의 약자들을 늘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다. 반말은 그냥 짧은 말이 아니라 특별한 사회적 관계의 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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