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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북-미 정상회담, 이란 핵, 중동 / 이용인

등록 2018-04-05 18:17수정 2018-04-05 18:59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5월 달력엔 3개의 ‘빅 외교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있다.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으로 알려진 이란 핵협정 파기 여부 시한은 5월12일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평화안도 5월 전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중동평화안 발표는 북한과 이란 문제 때문에 4월로 당겨지거나 6월로 미뤄질 수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3개의 빅 이벤트는 시간적 근접성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동평화안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대한 팔레스타인 쪽의 반발에도 독자적인 평화구상을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용에 따라선 또 한번의 파란이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나 이행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란 핵협정의 운명은 북핵 문제를 다룰 북-미 정상회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12일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 조처를 조건부로 연장하면서 5월12일까지 재협상을 완료하지 않으면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타결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에 이란 핵협정의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망은 미국의 파기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부터 이란의 우라늄 농축 및 핵 프로그램 제한을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이른바 ‘일몰조항’의 무력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이 완강히 버티고 있다고 한다.

싱크탱크 관계자는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 사유 가운데 하나로, 그가 독일을 압박해 재협상을 끌어내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 후임으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를 임명한 것도 독일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재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9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볼턴은 이란 핵협정을 ‘찢어버리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협상 당사국들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도 이란이 핵협정을 잘 준수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파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 전했다. 탈퇴의 당위성 홍보, 대이란 제재의 범위 등에 대한 계획들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파기를 선언하면, 그 뒤에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신속한 협상과 이행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 ‘일몰조항’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더욱 철저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란 핵협정과 북핵 협상을 과도하게 연결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란 핵협정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작품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싱크탱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 무엇이든 만들어내면 무조건 “승리했다”고 포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핵협정 파기 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유럽과 중국·러시아가 반발하겠지만, 미국과 조율해 북핵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우리로선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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