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시적 불협화음 단계를 넘어 구조적 갈등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에게 북핵 문제 못지않은 또하나의 커다란 외교적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미-중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길한 징후를 몇 가지 꼽고 있다. 첫째, 무역 갈등이 안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만여행법 서명을 통해 양국 관리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항모의 대만 항구 기항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드는 정책들로, 남중국해 분쟁을 뛰어넘는 휘발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 미국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회도 중국에 대립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3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켰고, ‘특별관심국가’의 자본이 미국 첨단기술과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 허가 요건을 크게 강화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미 의회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초청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만 총통이 워싱턴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미-중 관계를 최소 몇년 동안은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지게 할 수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강경 기조로 돌아설 정도로 ‘반중국 전선’엔 여야 구분이 없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셋째, ‘견제와 협력’ 혹은 ‘경쟁과 협력’으로 대중국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워싱턴 주류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이제 공개적으로도 ‘협력’적 요소를 빼고 견제와 경쟁을 부각시킨다. 무역 경쟁을 촉발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추진이 대중국 인식을 악화시켰다. 넷째, 지역적으로 보면 미-중 관계의 전략적 측면을 강조하는 워싱턴 등 동부 쪽과 달리, 실리콘밸리 등 서부 쪽은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완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과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리콘밸리 분위기도 한층 강경해졌다고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전했다. 다섯째, 트럼프 행정부의 인적 구성은 ‘반중국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경제적 국수주의 성향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등은 안보 문제에서 강성이다.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의 주한 미대사 임명 추진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다소 걸리는 구석이 있다. 무역·경제 문제로만 좁혀 봐도 미-중 관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양국 간 무역·경제 갈등 요소는 △무역적자 △금융시장 개방 등 구조적 문제 △‘중국제조 2025’를 둘러싼 미래 전략산업 문제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는 ‘중국제조 2025’를 둘러싼 타협은 쉽지 않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적자와 시장개방 문제엔 양보 의사를 비치고 있지만 전략산업에 대한 간섭엔 선을 긋고 있다. 워싱턴의 한 중국 전문가는 “미-중 관계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갈등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워싱턴에선 미-중 협력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분야로 북한 문제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시기에 한반도 평화 정착은 사활적 외교 문제가 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늘, 마음을 모아본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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