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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그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까 / 조기원

등록 2018-05-31 18:21수정 2018-05-31 22:46

조기원

도쿄 특파원

“이 말을 꼭 써줘요. 1945년 이키섬과 쓰시마섬(대마도) 부근에서 난파된 귀국선에 탔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분이나 그분의 자손이 있으면 우리에게 꼭 연락을 달라고 말이에요.”

지난 30일 일본 후쿠오카 기온역 부근에서 조선인 유골 봉환 사업을 해온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사람들이 모였다. 이튿날인 31일 사이타마현에 있는 절 곤조인에 있던 조선인 유골 131구를 나가사키현 이키섬에 있는 절 덴토쿠지로 옮기는 행사가 열렸는데,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키섬으로 이관되는 유골들은 한반도가 해방된 직후인 1945년 가을 귀국선을 탔다가 배가 난파되면서 이키섬과 쓰시마섬 부근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 중 일부의 것이다. 상당수는 징용으로 끌려온 이들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유골을 보관해온 곤조인이 더 이상 유골 보관이 어렵다고 하자 덴토쿠지가 보관을 자청하면서 이관됐다.

생존자나 생존자 가족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이는 홋카이도에 있는 절 이치조지의 주지이며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대표인 도노히라 요시히코다. 도노히라가 생존자를 찾는 이유는 아직도 이키섬이나 쓰시마섬 어딘가에 발굴되지 않은 조선인 유골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유골 발굴 작업부터 하기 위해서는 생존자나 생존자 가족의 증언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생존자들 중 일부는 사망한 조선인 동료를 매장하는 작업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장 장소를 찾는 데도 이들의 증언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노히라가 조선인 유골 발굴 및 봉환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40년 이상의 세월을 이 일에 참여한 셈이다.

교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마사키 미네오는 조선인 유골 발굴과 봉환에 청춘을 바친 인물이다. 계기는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 실종 사건’이었다. 1945년 9월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 조선인들이 귀국선에 올랐다가 실종됐는데, 30여년 뒤 이들이 배가 난파돼 숨졌고 주검들은 이키섬에 매장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결국 1976년 이키섬에서 조선인 유해 발굴 사업이 벌어졌고, 마사키도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마사키는 “이키섬에서 조선인 주검 매장지를 찾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조선인 주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올바른 전후 처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전몰자 유골을 가족 곁으로’의 활동가인 우에다 게이시도 조선인 유골 봉환 활동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조선인 강제노동 문제 관련 운동을 하다가 유골만이라도 돌려보내달라는 한국인 유족의 말을 듣고 유골 봉환 운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에다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선인 유골 봉환에 적극 나서라며 날카롭게 책임을 추궁해왔다. 우에다는 “최근에는 없지만 4~5년 전 우익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집에 (위협의 의미로) 라이터를 보낸 적도 있다”고도 말했다.

해방 후 73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곳곳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조선인 유골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조선인 유골을 끊임없이 찾고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수십년간 이어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일본 정부에도 요청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 시민단체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문제의 가장 큰 당사자는 우리와 우리 정부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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