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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트로트 트럭 선거는 안녕 / 김영희

등록 2018-06-21 17:04수정 2018-06-22 13:09

김영희
논설위원

중앙선관위 누리집에서 6·13 지방선거 당선자 통계를 내봤다. 40살 이하 광역·기초단체장은 전무, 광역의원은 33명으로 4.47%다. 여기까진 그렇다 쳐도, 기초의원 2541명 중 166명으로 6.53%라는 데선 한숨이 나왔다. 나이가 전부라는 말도, 외국의 30대 총리 얘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구의 27.3%인 20~30대가 기초의원에서도 이 정도라면 어딘가 단단히 시스템이 잘못된 것 아닌가?

서울 마포·금천구에서 각각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구프(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시스터스’ 차윤주·우정이·김정은·곽승희씨를 지난 17일 만났다. 광장에서 대통령을 바꿨듯 삶터에서 동네정치를 바꾸자며 나선 30대 여성 4명의 도전은 선거기간 내내 화제였다. “지방선거 역사상 가장 많이 보도된 기초후보일걸요?”

지난 17일 저녁, 6.13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무소속 후보로 나섰던 30대 여성 4명이 모였다. 왼쪽부터 곽승희, 우정이, 김정은, 차윤주씨.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지난 17일 저녁, 6.13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무소속 후보로 나섰던 30대 여성 4명이 모였다. 왼쪽부터 곽승희, 우정이, 김정은, 차윤주씨.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이들과의 대화는 이내 ‘웃음과 수다 넘치는’ 선거법 성토대회가 됐다. “무소속은 5월25일 등록 마감 뒤 기호가 나오는데 30일이 벽보, 6월1일이 공보물 제출 마감이에요. 인쇄소는 대목이죠. 정당후보는 기호가 미리 정해져 여유있게 선관위 검수를 받는데 무소속은 ‘실수가 있어도 후보 책임하에 간다’는 문서에 서명하게 해요. 헌법소원감 아닌가요?” 현직 학원강사인 김씨는 법정 현수막 6개를 자기 손으로 걸고 뗐다. “하나 인쇄하고 달아주는 데 15만원인데 인쇄만 하면 3만원이에요. 전 친구들과 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달았어요. 뗀 걸로 가방 만들려고요.” 말할 채널이 적다는 게 가장 갑갑한 점이었다. “트로트 틀어놓은 유세트럭에 다가가 ‘그런데 왜 나오셨어요’ 물어볼 수 있나요? 그런 유세차 2주 쓰는 게 천만원이에요. 공보물 4쪽과 8쪽의 비용 차도 엄청나고.” “선관위가 후보들로부터 돈 받아 공동 공보물을 만들거나 동네 특정 장소에 매주 후보들이 나와 얘기하는 것도 해볼 수 있잖아요. 진짜 매니페스토 선거의 길을 선거법이 막고 있는 거예요.”

그래도 구의회와 동네를 바꾸겠다는 목적을 생각하면 정당 공천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정당혐오 조장한다, 안에서 바꾸면 된다 그런 말 많이 해요. 그런데 4인선거구제 도입을 무산시킨 거대 정당들이잖아요. 기초 후보도 국회의원과 연줄 닿거나 내리꽂기식이 다반사고. 2명까지 뽑을 수 있다는 것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안 알려줘요. 청년들이 공천 따기도 어렵지만, 저흰 이런 과정을 바꾸는 것 자체도 목표였어요.” 실제 이들은 최대한 기성세대가 아닌 자신의 원칙대로 완주했다. 유급운동원에게 율동은 시키지 않는다, 그들의 비용을 깎지 않는다, 운동원 병풍 세우기 대신 눈을 마주보고 두세마디라도 말을 건다 등등.

득표율 10% 이상이면 선거비용의 절반, 15%면 전부를 보전받는다. 이유 있는 규정이지만, ‘트럭 깔고 운동원 많이 쓴’ 후보들이 당선되고 돈도 돌려받는 게 현실이다. 유권자들 책임은 없을까. “저희 세대는 시끄러운 선거 싫어하죠. 그런데 또 다가가 설명하려 하면 귀찮아하거나 경계심도 보여요.” “아파트 우편함 절반에 공보물이 남았더라고요. 정치혐오가 너무 깊구나 절감했죠.”

나 또한 요란하고 세금 먹는 선거운동 지겹다면서도, 선거가 끝나 출퇴근길이 평안해지면 잊곤 했다. 이런 허들을 놔둔 채 ‘왜 청년들이 불평만 하고 정치를 안 바꾸냐’고 혀를 차는 기성세대가 슬그머니 부끄러워졌다. 정당이 스스로 법을 바꿀 리는 만무할 터.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다시 시민의 힘이다. 김씨가 말했다. “구의원 사용설명서를 공약했었는데요. 벌써 당선자들을 어떻게 일하도록 만들까 궁리를 시작했어요.” dora@hani.co.kr

▶ 방담 전문 : 구프 시스터스와의 수다, “어머, 이건 꼭 기록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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