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한글은 모아쓰기를 한다. 낱낱의 글자가 각자의 소리를 독립적으로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할 때는 음절을 이루는 단위로 모아써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휴대전화가 발전하고 새로운 통신수단이 꽃피면서 자모의 새로운 사용법이 활발해지고 있다. ‘ㅋㅋㅋ’나 ‘ㅎㅎㅎ’처럼 낱글자만으로 마치 풀어쓰기를 한 것처럼 늘어놓는 현상 말이다. 그렇게 낱글자를 풀어놓은 것을 보면 이것이 말인 듯, 소리인 듯, 아니면 그저 감정의 표시인 듯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매우 복합적인 기능과 의미를 낱낱의 자모로 표시하는 현상이다. 아예 가게 상호를 그런 식으로 지은 곳도 있다. 그렇다면 “키읔키읔키읔 카페에서 만납시다”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사람 저 사람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대부분이 ‘ㅋㅋㅋ’는 ‘크크크’로, ‘ㅎㅎㅎ’는 ‘흐흐흐’로 읽고 있다. 그렇다면 아예 ‘크크크’와 ‘흐흐흐’로 적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듯도 하지만 그렇게 적으면 이렇게 낱글자로 표기한 근본 의도와 욕망을 망가뜨린다. ‘ㅋㅋㅋ’와 ‘ㅎㅎㅎ’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과, 입술을 깨물며 그것을 참으려는 표정을 떠올리게 되지 않는가? 게다가 ‘ㅠㅠㅠ’처럼 눈물 흘리는 모습을 글자 형상으로 나타내면서 상형문자 기능까지 흉내 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인정’을 ‘ㅇㅈ’으로, 대답할 때 쓰이는 ‘응’을 ‘ㅇㅇ’으로, ‘잘 자’를 ‘ㅈㅈ’으로 줄여서 표기하기도 한다. 마치 문자가 언어와 정확히 일치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무겁고 두터운 언어 규율을 피하고 자잘한 문자 사용의 잔재미를 맛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들어온 게 아닌가? 문자는 언어를 재생산하는 일에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용자들의 즐거움과 멋을 위해서 오락 기능도 가져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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