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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새로운 한자어 / 김하수

등록 2018-07-08 18:38수정 2018-07-08 19:47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한자어는 중국어(한어)에서 유입된 어휘인데 워낙에 오랜 세월 동안 영향을 받아온 탓에 어떤 말들은 마치 토착어인 듯 익숙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불편하거나 생경하기만 한 한자어들도 있어서 그때그때 말을 다듬어 쓸 필요가 있다.

1992년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은 이래 문물 교류의 폭도 넓어지고 새로운 중국식 어휘도 많이 들어왔다. 중국에서는 자동차를 기차(汽车)라고 한다. 정보는 신식(信息), 텔레비전은 전시(电视), 쇼핑은 구물(购物) 등 우리가 알고 있던 한자어들과는 다르다. 이러한 새 한자어에 해당하는 말은 이미 우리한테도 있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 우리한테 없는 개념은 아예 중국 발음 그대로 들어왔다. 유커(游客)니 산커(散客)니 하는 말들이다.

근간의 남북 관계를 다루면서 중국 측에서 해법으로 제시한 용어들이 눈에 띈다.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雙軌竝行), 쌍잠정(雙暫停)과 같은 단어들로,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고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상의 동시 진행을 말한다. 쌍잠정은 양측의 군사 경쟁을 잠시 멈추자는 말이다. 모두 중국어다운 함축성이 돋보이나 우리 언어 감각에는 낯설기 그지없다. 차라리 좀 길더라도 ‘쌍방 (잠정) 중단’이라든지 ‘쌍방 동시 진행’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것이 우리한테는 더 편리할 것 같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우리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일이다. 또 국제적인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의견들이 엇갈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한테 익숙지 않은, 중국식 표현법 혹은 ‘비핵화 프로세스’니 ‘시브이아이디’(CVID) 같은 영어식 표현 등이 나돌아다닌다. 그러나 다시 보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최후의 동의권은 바로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그러니만큼 우리가 잘 이해하고 혼란을 느끼지 않는 말로 그 개념이 정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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