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난민 유입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안전은 당연히 중요하다. 문제는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공포가 확산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한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국제질서에 깊숙하게 편입되어 있는 나라가 난민 수용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난민 인정 건수를 줄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나 종교가 다른 이들을 난민으로 받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특정 국가 출신이나 특정 종교를 가진 난민들만 콕 집어 거부한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6천만명이 넘는 난민이 생겼고, 한국에도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가 1만건에 이르렀다. 5%도 안 되는 극도로 낮은 난민 인정률(세계 평균은 29.9%)이 계속 지적된 마당에, 인정률을 더 낮추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앞으로 한국이 수용해야 할 난민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에 대한 편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난민들은 불법체류자다, 무장반군이다, 범죄를 저지른다, 성폭력을 일삼는다 등의 가짜뉴스가 쉴 새 없이 온라인·오프라인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은 하나의 동질적 속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난민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이 있고, 그 처지 또한 다양하다. 특정한 국가 출신이나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구성원들 사이에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수많은 난민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것은 단 하나, 어떠한 이유에서건 출신국에서 박해를 받아 난민의 처지가 되었다는 사실뿐이다. 편견은 이러한 다양성을 무시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난민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국민 안전’을 얘기하지만, 난민에 대한 편견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출신국에서의 박해가 종료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린 난민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일자리도 얻고, 세금도 내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며 한국 국민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을 가짜, 무장반군, 성폭력범, 범죄자 등으로 몰아붙인다면, 그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은 난망해진다. 편견이 만연한 상황에서 난민들은 어딜 가나 “가짜가 아니다” “범죄자가 아니다”를 입증해야 한다. 편견이 거짓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들은 가짜 취급,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특정 집단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고립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문화적 차이나 종교적 차이로 인해 정착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몇몇 난민들의 삶의 양식이 우리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난민들을 지원하고 사회 정착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며, 범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난민 인권을 말한다는 것은 그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자는 것이지, 무작정 난민을 수용하자는 무책임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난민들을 편견으로 대하고 고립시키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한국 사회를 더욱 불안한 상태로 내몰 것이다. 거창한 윤리적 책임이나 엘리트주의적 고담준론에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뿐이다.
이슈우리 안의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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