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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학살자 전두환’과 자유한국당, 닮은꼴 논리 / 신승근

등록 2018-07-10 19:04수정 2018-07-16 12:19

신승근
논설위원

등골이 오싹했다. 쿠데타 없는 세상, ‘군이 더는 국민을 짓밟는 게 불가능한 시대’라 믿고 살아왔다.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통해 그런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 제1차 촛불집회’ 이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4개월 이상 평화적 집회가 이어졌다. 탄핵을 반대한 태극기 집회도 대체로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기무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한 시위대가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하고, 경찰서에 난입해 방화, 무기 탈취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당한 전망을 토대로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며 위수령, 계엄령 등 군 개입 방안을 마련했다. 시민을 잠재적 폭도로 규정하고, 청와대·광화문·여의도 등 서울 주요지역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강변한다. “이런 대비책도 없다면 그게 군인가.”(김영우 의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 것은 군의 직무유기다.”(김태흠 의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검토계획이라 문제없는 게 아니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실행됐다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거리는 핏빛으로 물들고, 많은 사람이 체포·투옥·구금됐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자유한국당의 논리는 1979~80년 12·12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의 논리와 닮은꼴이다.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광주항쟁을 불러온 1980년 5월17일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5월3일부터 미리 특전사 등 주요병력을 이동·집결시켰다. 9공수여단 수도군단 배속, 13공수여단 서울 이동, 11공수여단 김포 이동…. 이희성은 1995년 4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학생들이 개학한 이후 학내문제를 이슈로 교내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하였고…. 결국 전국적인 소요사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그에 대비한 것으로 계엄이 확대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은 계엄령 전국 확대, 정치활동 금지 등 6개 항의 이른바 ‘5·17 시국수습 방안’을 최규하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에 대해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에 당당하게 적었다. ‘나는 최규하 대통령 정부의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5·17 시국수습 방안을 건의드렸다. 그 일은 대통령의 정보참모로서의 내 직무 수행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직분을 다했을 뿐인데, 폭도가 날뛰면서 최악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광주학살과 권력찬탈, 민주주의 질식이었다.

우리는 87년 6월항쟁, 군 사조직 ‘하나회’ 청산, 거듭된 평화적 정권교체로 군의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공동체적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기무사는 병력동원 계획을 적시한 검토계획에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으나 군의 직접 책임은 없다며 개입을 정당화했다. ‘위수사령관은 군 병력에 대한 발포 권한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며 ‘①폭행을 받아 부득이한 때, ②다수의 인원이 폭행해 진압할 수단 부재 시’ 등으로 발포 가능 시기도 명시했다. 비상계엄 땐 중령·대령급 요원으로 계엄협조관을 편성해 정부부처를 지휘·감독하고,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정보수사기관을 조정·감독하여 집회·시위 주동자 등을 색출, 사법 처리한다고 했다. 신군부와 너무 닮았다.

기무사는 해체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군이 국민을 향해 총구를 돌릴 수 없도록 누구의 지시로, 누가 계엄령 선포와 병력동원 계획을 논의했는지 밝혀 엄벌해야 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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