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며 국민청원에 동참한 사람들 수를 보고 놀랐습니다. 저 역시 20년 동안 이주민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이주민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많이도 들었지만, 그런 혐오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난민 문제와 무슬림 종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무슬림 난민이 많아지면 성범죄가 늘어나고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많이 뺏기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도 한국에는 이미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무슬림 때문에 범죄율이 높다는 통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난민들은 주로 일용직을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꼭 필요한 일을 난민들이 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은 범죄자’라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성희롱, 범죄를 저지르라고 하는 종교는 없습니다. 사람은 국적과 종교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처럼 국적과 종교를 부여받는 것입니다. 저도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고 무슬림 집안에서 자랐지만, 만약에 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종교를 믿게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한국으로 여행을 갔다 돌아온 삼촌은 제게 ‘한국 시장에서 뱀을 내다 팔고 한국 사람은 뱀을 즐겨 먹는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한국에서 노동자로 공장에서 일할 때 같이 일했던 한국인 동료에게 뱀을 먹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핀잔을 주면서 세상에 먹는 뱀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삼촌이 말한 뱀은 장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한국 사회는 무슬림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처럼 무슬림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자 하면 얼마든지 잘 알 수 있는 세상입니다. 알고 싶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주 예멘 난민들이 어떤 심정으로 한국 땅에 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난민이든 이주노동자든 그 누구라도 고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한 말처럼 한국의 난민심사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모든 난민에게 난민 인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니 괜히 겁낼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놓고 난민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지금의 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죽음의 위기를 피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을 그저 사람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종교나 민족으로 구분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슈우리 안의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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