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의 뜨거운 감자는 ‘병역’이었다. 병역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요청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수상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4주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몇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국위 선양에 대한 보상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국위 선양을 한 이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왜 금메달까지인지도 문제다. 아시아에서 둘째, 셋째로 잘한 것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군 복무 이후에 금메달을 수상한 자에게는 병역 관련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위 선양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제기된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보다는 운동선수들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20대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 기량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20대 초반에 군 복무를 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군 복무의 시기나 방법이 적절히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금메달 수상자에게만 병역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최소한 국가대표 선수들, 아니 가능하다면 20대의 모든 운동선수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운동선수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병역 ‘면제’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보다는 군 복무를 상당 기간 연기해주는 조치는 어떨까? 35살이나 40살까지 넉넉하게 연기시켜주고 그 이후에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굳이 군 복무가 아니어도 좋다. 그들이 정말 잘할 수 있는 일로 사회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니까 금메달 수상자에 대한 사후적 혜택 말고, 좀 더 많은 운동선수에게 그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병역 연기의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운동선수들이 병역 걱정 없이 온전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병역 면제를 노리고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다는 논란도 사라진다. 군대 걱정 없이 세계 무대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병역을 면제받은 박찬호, 박지성, 이승엽 같은 대선수들이 은퇴 후 취약계층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며 의무복무를 이행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다. 2015년 개정된 병역법은 ‘예술·체육요원’에게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544시간의 ‘특기활용 봉사활동’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구상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운동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그들의 양심을 존중하는 병역 이행 방법이 마련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에서 20대에 군 복무를 이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고려한 (군 복무 이외의) 다양한 병역 이행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며, 인생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이행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병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마당에, 병역 이행을 다양하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 정도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다.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낸 모든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더 많은 운동선수에게, 더 나아가 나름의 각기 다른 이유에서 군 복무를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도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병역 제도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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