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에 가을이 왔다. 그리고 중국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별일이 없다. 지난 7월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여름 사이 뭔 일이 날 것만 같았다. 상하이에서 20대 여성이 “시진핑 폭정에 반대한다”며 시 주석 포스터에 먹물을 끼얹었다. 얼마 뒤 길거리에서 시 주석 얼굴이 들어간 게시물이 대거 철거됐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시 주석 기사가 한동안 없다는 ‘집권 위기설’도 있었다. 당 원로들이 정책 노선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미국의 중국어 매체에서 나왔다. 같은 달 칭화대 교수가 개인숭배를 없애고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복원해야 한다는 글을 발표했다. 물론 시 주석을 겨냥한 것이었다. 일련의 위기론은 시 주석의 ‘실정’을 지목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나라를 어지럽혔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8월엔 전·현직 지도부가 비공개로 모여서 국사를 논한다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예고돼 있었다. 시 주석이 긴장했을 거란 관측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연임 제한을 철폐하고 집권 2기를 시작한 지 5개월이었다. 그러나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시 주석의 행보는 이런 관측을 쑥 들어가게 만들었다. 중국의 부상과 시 주석 집권 강화를 과하게 선전했다는 ‘혐의’를 받은 왕후닝 상무위원은 “시 주석은 새 시대 당과 국가를 발전시켰다”며 건재를 과시했다. 시 주석의 대표적 브랜드 사업인 ‘일대일로’는 미국과의 충돌을 야기한 주범으로 손가락질받는가 했는데, 시 주석은 며칠 전 아프리카 53개국 대표단 앞에서 “일대일로를 함께 만들자”고 했다. ‘7월 시진핑 위기론’이 잦아들긴 했지만, 실체를 정확히 알 순 없다. 하지만 가을 하늘 아래 시 주석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니, 나아가 ‘중국 위기론’은 과연 얼마나 정확한지도 의아스럽다. 태평양 건너편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득의양양 무역전쟁 승리를 자랑하고, 최근 미국 매체들은 경제 둔화가 나타난 중국이 백기를 들 거란 보도를 내놓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령 중국 경제 둔화를 이야기할 때, 올해 1~7월 고정자산(토지, 건물, 기계 등) 투자 증가율이 5.5%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그런데 지난 3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고정자산 증가율 산출 방식을 바꿀 예정이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기존 방식은 1950년대에 소련에서 도입한 것으로 중복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중복을 제거한 새 방식에선 기존 방식보다 수치가 낮아질 것이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결국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의 하락은 예고됐던 셈이다. 가처분소득이 줄고 내수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터넷 쇼핑업체 알리바바의 2분기 판매가 전년보다 60% 늘어난 현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를 뒷받침한다며 예상치에 못 미친 소매판매지수 성장률이 제시되지만, 지난달 발표된 수치는 무려 8.8%였다. 여기엔 중국 중산층 소비에서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교육, 의료, 여행 등이 반영되지 않는데도 8.8%가 늘어난 것이다. 기본적으로 12조달러 규모의 중국 경제가 해마다 7% 가까이 성장하는 것을 위기라 불러도 좋을까? 시진핑 지도부가 2년 전 ‘부채 문제 해소’를 경제 분야 최대 과제로 제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의 경제 둔화는 예고됐던 것이 아닐까?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이길 자신도 있고 능력도 있다고 하지만, 지난달부터 미-중이 서로 두들겨대는 관세 폭탄에 분명 갈수록 비명 소리는 커질 것이다. 그러나 그 비명이 과연 중국에서만 울릴까. 미국은 정말 이기고 있는 것일까?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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