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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친정 언어 / 김하수

등록 2019-03-10 17:52수정 2019-03-10 19:13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하여 이른바 ‘다문화 가정’을 이루게 된 지도 제법 많은 세월이 지났다. 특히 초기에는 이러한 형태의 혼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켜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이제는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결혼 형태’가 된 것이 틀림없다.

한국에 시집온 외국 여성들을 ‘결혼이주여성’이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도 많이 거론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주로 개별 ‘가정사’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공공의 개입도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한국어 교육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되면서, 아직도 불편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초창기의 막막하던 언어 소통의 문제는 꽤 나아진 편이다.

모든 일이 한 걸음 나아지면 그다음 걸음이 생각나는 법이다. 그 여성들은 낯선 땅에 와서 살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집살이’를 했다. 그리고 쉽지 않은 ‘시댁 언어’를 배우고 어른들을 모시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활성화시켜 줄 차례가 되지 않았는가? 이미 개인적으로 ‘처가 언어’를 배워 소통하는 사례도 있으나 우리의 공공 부문이 이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다. 방송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제공되지만 그 외의 ‘친정 언어들’로 된 방송은 찾을 수 없다.

아리랑 방송국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영어로 방송한다. 한국방송(KBS)처럼 아리랑 방송도 제2 방송을 차려서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이주여성들에게 그들의 고향 언어로 문화적 욕망을 채워 줄 수 없을까? 자잘한 고국 소식은 이미 사회적 통신망을 통해서 쉽게 접하고 있을 것이고, 이에 더해 한국 사회 전반이 돌아가는 형세와 한국인으로서의 삶의 현장 정보 등을 고향 언어로 전달받는다면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옮겨가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그들도 이제는 자신의 ‘친정 언어’를 통한 공공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

김하수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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