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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주전장 / 조기원

등록 2019-04-18 16:54수정 2019-04-18 18:55

조기원
도쿄 특파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0만명이었을까? 강제 연행은 있었을까? 성노예 피해자였나?

일본 일부 극장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이 20일 상영을 시작한다. 영화에는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정면으로 나온다. 일본 우익들의 인터뷰가 영화에 다수 소개된다. “엘지비티(LGBT·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 찬동을 받을 수 있나. 그들은 아이를 만들 수도 없다. 생산성이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 <유교에 지배당한 중국인과 한국인의 비극>이라는 책을 쓴 미국인 변호사 켄트 길버트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위안부 제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한다. 물론 우익들만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일본 내 위안부 피해 문제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자 고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도 인터뷰했다. 양쪽 진영을 합쳐 30여명이 출연한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서 제목 그대로 전쟁처럼 토론하는 형식을 취한다. 전체적으로는 우익들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우익들이 주장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많다. 다만 위안부 피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피해자 수 등이 우익들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한다.

지난 4일 영화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가 일본 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조기원 기자
지난 4일 영화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가 일본 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조기원 기자

영화를 만든 이는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36)다.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그는 ‘일본의 인종차별’이라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우익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처음으로 영화 제작까지 나섰다. 데자키 본인이 내레이션을 맡아 2시간 동안 영화를 이끌어간다. 데자키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교육용 영화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쟁점들을 명확히 비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미국적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는 느리고 오락적 요소도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처음에 보수파 사람들을 취재하고 나서 내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의심하게 되고 되묻게 되었다. 감정이 요동쳤다. 편집 단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5일 다시 만난 그는 위안부 피해 문제는 인권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 후반부에는 위안부 피해자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양쪽이 서로 자기 편의에 맞춰 사진을 사용했다. 우파는 위안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반대쪽은 비참한 상황이 찍힌 사진을 사용했다. 국제법의 성노예 규정에 맞춰서 위안부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들이 처했던 다양한 상황 중 일부만을 끄집어내 강조하면 문제의 본질인 인권 문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영화에는 태평양전쟁 에이급 전범 용의자였지만 전후 총리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와 기시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총리, 그리고 아베 내각 각료 대부분과 관련된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소개하는 내용도 나온다. 데자키는 “위안부 문제 영화이지만 (일본이) 왜 이 문제를 침묵시키려 했는지도 영화의 큰 주제였다. 이 때문에 연결된 부분은 모두 조사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드는 영화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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