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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양자든 6자든 대화하라 / 정인환

등록 2019-05-02 17:24수정 2019-05-03 14:09

정인환
베이징 특파원

4월은 정상회담의 달이라 부를 만했다. 한-미(4월11일)를 시작으로 북-러(4월25일), 미-일, 중-러(4월26일) 정상회담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공통된 의제는 북핵 문제였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6개국 정상이 모두 움직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6자 회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동 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때마다 빠지지 않는 문구다. 이 조항은 이렇게 이어진다.

“…6자 회담의 목적이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상대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 6자 회담 참가국들은 경제 협력을 증진할 것을 약속하였다는 점 및 여타 모든 관련 공약들을 포함해….”

200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 회담에서 발표된 ‘9·19 공동성명’의 뼈대다.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때마다 “명시된 공약들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다”고 밝혀 적을 만큼, 9·19 공동성명은 지금까지 합의된 북핵 해법 가운데 가장 ‘정답’에 가깝다.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6자는 2007년 2월13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에 합의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경제·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등 5개 실무그룹도 꾸렸다.

특히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실무그룹의 역할이 중요했다. 6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안보협력체가 만들어진다면 북에 대한 체제 보장과 함께 동북아 평화·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6자 회담은 2009년 4월14일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공식 종료됐다. 대화가 멈춰 선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했다. 지난해 6월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전문에서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며, 북-미의 상호 신뢰가 쌓이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인식을 같이했다. 공동성명이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 비핵화를 순서대로 적어 놓은 이유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새로운 북-미 관계’의 출발로 ‘종전선언’을 기대했다. 미국은 핵·미사일 시설 신고가 먼저라고 맞받았다. 북한이 종전선언 대신 대북 제재 완화·유예를 요구하자, 미국은 비핵화를 앞세우며 독자 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북-미는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후 북-미는 대화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쪽에선 ‘군사적 옵션’이란 말이 다시 등장했다. 북쪽에선 ‘경로 변경’을 언급하며, 올 연말을 대화의 시한으로 제시했다. 접점을 찾지 못하면 말의 수위는 더욱 올라갈 게다. 어쩔 것인가? 다시 9·19 공동성명을 들여다보자.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미 양자협상의 몫이다. ‘에너지·교역·투자 협력’과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수립’은 다자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도,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양자가 막히면 다자로 풀자. 양자와 다자가 함께 가면 더욱 좋겠다. 북-미 간 말이 거칠어지면, 그 끝은 언제나 행동으로 이어졌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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