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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주진형 칼럼] 시몬, 너는 좋으냐? 나랏빚이 적어서?

등록 2019-06-25 18:02수정 2019-06-26 09:40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최근 정부가 내년에 확대재정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하자 야당이 우르르 일어나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도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하도 다양한 얘기가 나돌아서 일반 시민들로서는 갈피를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대한 정파적인 주장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숫자를 보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요점을 깨치고 나면 머리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다.

우선 국가 재정은 적자였나?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의한 정부 재정수지를 한국에서만 유독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바로 그게 통합재정수지다. 사회보장기금을 포함한 이 통합수지는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지난해에도 31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거시경제학적으로 볼 때 한국 정부는 늘 긴축재정으로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어 왔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쓰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빼고 만든 개념이 관리재정수지다. 사실 이것은 한국에서만 쓰는 개념으로,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어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훨씬 큰 국민연금기금의 특성을 반영하려고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만든 변칙성 개념이다. 하여튼 이것 역시 -11조원(국내총생산(GDP) 대비 0.6%)에 불과했다. 애걔, 겨우 이거였어?

음, 그건 그거고 올해는 나쁘다던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하면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균형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지디피의 2.3%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관리재정 기준으로 2%대 재정적자를 낸다고 해도 그 정도를 갖고 시비를 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의 통합재정적자는 자그마치 지디피 대비 3.9%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부럽다며?

지금은 이래도 장기적으로 복지지출이 늘어나 나빠진다던데 그건 어떻게 되는가?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내놓은 장기재정수지 전망에 의하면, 20년 후인 2040년에 통합재정적자는 지디피의 -4.5%에 이르고 국가채무는 지디피 대비 66%가 된단다. 그런데 그 숫자에는 지난번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한겨레> 칼럼에 쓴 것처럼 적자성 채무만이 아니라 금융성 채무가 포함된 숫자다. 금융성 채무는 그 채무에 상응하는 자산을 갖고 있으니 제대로 보려면 적자성 채무만 봐야 한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걸 빼고 계산한 진정한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22%이고 2040년엔 51%로 상승한다.

그런데 이 숫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우선 이런 전망은 현재의 세수 구조가 20년 동안 바뀌지 않는다고 전제한 것이다. 게다가 더 찬찬히 읽어보니 2019년 지디피 대비 약 26%이던 세수가 2040년엔 23%로 줄어드는 것으로 해놓았다. 노령화 탓에 소득이 없는 사람들 비중이 커지는 까닭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다른 요인도 크다. 원래 물가가 상승하면 명목소득이 실질소득보다 더 올라 소득세가 증가한다. 그런데 국회 예산정책처는 다른 제도는 그대로 놔두고 유독 소득세 과표구간은 물가 상승에 따라 꼬박꼬박 같이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해놓았다. 그들이 참조했을 미국 의회예산처는 이렇게 하지 않고 소득세 과표구간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하고 전망한다.

세수는 지디피 대비 올라가는 것으로 상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게다가 점진적으로 증세를 하면 진정한 국가채무비율은 더 낮아진다. 물론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 거꾸로 간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장기전망을 볼 때 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다양한 전제조건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적자성 채무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는 사람을 보면? 그냥 그러고 살라고 하자.

요약하자. 우리나라 재정적자? 너무 낮다. 쓸 땐 써야 한다. 오늘 확대재정을 한다고 해서 영원히 확대재정을 하자는 뜻도 아니다. 다음, 지금처럼 그냥 가면?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로 인구가 노령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금처럼 가면”이라는 전제다. 그 누구도 지금의 세수와 지출 구조로 20년 내내 가자는 사람은 없다.

장기 재정수지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 대비 부채의 비율이다. 빚이 많아도 갚을 능력만 되면 아무 상관이 없다. 갚을 능력은 지디피에 비례한다. 같은 재정확대, 같은 재정적자라고 해도 그것이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완화하고 성장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그 적자는 결국 나중에 생산력 증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 거꾸로 만약 그 재정확대가 생산력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부담도 커진다. 그런 뜻에서 보육·교육·임대주택을 위한 복지지출은 생산력 증대에 도움이 되는 투자로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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