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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이유기의 일본인들

등록 2019-07-07 17:51수정 2019-07-08 09:31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서 며칠간 일본 음식을 먹어본 뒤 일본에 대한 희미하고도 묘한 감각이 생겼다. 정치한 논리로 증명하거나 계량적으로 학문적 검증을 받기 어려운, 지극히 주관적 느낌이어서 ‘감각’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의 여러 지방을 다녀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그 감각이 과히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인데, 그것은 일본 음식의 유아성에 대한 것이다.

이제 막 유치가 나면서 부드러운 고형식을 씹을 수 있는 아이들은 간이 세지 않으며 식감이 입에 감기는 순한 음식을 먹으면서 젖을 뗀다. 일본 음식이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이른바 가정식, 또는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은 이유기(離乳期)의 유아에게 먹여도 무방한 부드러움과 간으로 조리돼 있다.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동북아 사람들이 즐기는 화끈한 음식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보면 이 주장이 조금 뒷받침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문화가 한 사회의 정신을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니, 일본의 음식을 이유식에 빗대어 생각건대 그들의 정신적 고착이 이유기 유아의 상태에 일정 부분 머물러 있음도 주장해볼 만하겠다.

이유기 유아의 정신적 기제는 불안과 공포다. 이유는 인간이 태어나서 겪어야 하는 두번째로 큰 충격인데(그 처음은 탄생이다), 엄마의 젖은 아이의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영양 공급처라는 의미를 넘어 엄마와의 관계를 이어주는 정신적 연결체이기도 하다. 이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아이는 공포를 경험한다. 이 사실은 모든 인류가 지금껏 겪어온 경험이다. 하지만 왜 유독 일본은 이유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것은 아마도 짐작하다시피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상습적으로 겪어온 영향일 것 같다.

동서고금의 인간이 감각을 표현할 때는 놀라울 정도로 보편성을 공유하는데 수많은 시나 노래가 유독 남자(아들)에게는 무엇을 ‘보았냐’고 묻고 여자(딸)에게는 무엇을 ‘들었냐’고 묻는 것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지를 어머니라고 ‘마더 어스’(Mother Earth)로 부르고 아버지를 하늘로 표현한다. 격렬하게 흔들리며 갈라져 격리되는 대지(어머니)와 분리되는 불안을 상시적으로 경험한 일본인의 정신이 이유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필자의 주장이 조금 납득이 되고 동의를 받으면 좋겠다. 우리가 흔히 칭송하는 일본인의 친절도 사실 이런 불안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이유기 유아의 불안과 다름없는 일본인의 불안과 공포가 끊임없이 인근 국가들의 단단한 영토에 대한 식탐으로 실행돼왔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한국이 가장 많이 입어왔음은 물론이다.

거기에 더해 강자에게 빌붙어 삶을 연명하는 토착왜구들이 임진왜란 때도, 일제 강점기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여의도에서 준동하는 토착왜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어쨌건 일본이 전쟁을 하자고 달려들었으니 싸움은 받아주어야 하고, 시작했으면 이겨야겠다. 기선 제압도 승기도 모두 기싸움이고 심리전이다. 현실적인 셈법에 기반해서 공략을 해야 할 것이다.

김구 선생의 소원을 다시 새기며 가장 바라는 결말은 우리가 손상당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일본인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이 전쟁이 우리의 올바른 권력과 힘으로 정당하게 끝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삿됨과 야만으로 달려든다 해도 우리는 정당함과 올바름으로 맞서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더 성숙한 어른들의 나라가 되자고 김구 선생이 소망하셨음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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