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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검찰총장 윤석열의 다음 임무

등록 2019-09-29 18:36수정 2019-09-30 11:36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법의 주인은 누구인가? 답은 간단하다. 법을 어기는 자들이다. 그런데 이 범법자들이 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그것은 법을 어기고도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값비싼 도자기를 깼다고 치자. 타인이나 공공의 물건을 그리했다면 배상을 하거나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자기 물건을 깼다면 그냥 혼자 아까워할 뿐 벌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래서 법을 어기고도 벌을 받지 않는 자들을 법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나라에서 항상 그래왔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법의 주인들은 도를 지나쳐, 이제는 안하무인의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에서 법의 주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면 좋겠으나 이 나라에서 법의 주인들, 범법자이면서도 벌을 받지 않는 그 면면들을 살펴보면 재벌, 정치인 등등이겠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핵심적인 집단이 빠졌는데 거기가 어딘지는 독자들이 쉽게 짐작하리라 믿는다. 재벌, 정치인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들에게도 무죄, 또는 터무니없이 약한 징벌, 심지어 기소조차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거의 전지전능의 권력을 가진 집단을 말하는 것이다.

법의 주인으로서 전횡을 휘두르는 이 집단의 또 다른 특징은 법을 알지만 신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 집단의 지도자들이 교조적으로 변질되면 공통적으로 하나의 특징을 보이는데, 대체로 그들은 자신이 신의 뜻을 “안다”고 주장한다. 선지자들과 교조주의자들의 차이는 신을 믿는가, 믿지 않는가로 판가름할 수 있다. 교조주의자들, 신의 뜻을 안다고 말하는 자들은 사실 신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득에 따라 신의 생각도 바꿀 수 있기에, 그들은 신을 이용할 뿐이다. 법의 주인들은 법을 믿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법의 적용은 이현령비현령으로 그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변질시킬 수 있고, 그들의 법은 누군가를 겁박하는 데 종종 활용되며, 재산을 증식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성적 착취나 사회적 이득을 위해서도 암암리에 종종 사용된다.(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게 종교 이단들에 대한 글인지, 법의 주인들에 대한 글인지 모호할 정도로 공통점이 겹친다.)

정확히 지명하자면, 현재 이 나라 법의 주인은 대한민국 검찰이 아닐까? 그들은 정말 법의 정의로움을 믿으며, 법의 정신을 사랑하고, 모든 이에게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자부할 수 있는가?

한 사회의 불공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전문가들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여전히 변호사나 의사의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도 낮은 사회에 속한다. 변호사가 부동산 공인중개사만큼 많고, 병·의원이 식당만큼 많아지면 무엇이 문제인가? 오직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호사나 의사 자신들뿐이다. 결국 소수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전락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법의 주인 노릇을 해온 그들만큼 소수의 폐쇄적 집단은 찾기 힘들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에 눈치 보지 말라”고 부탁했다 들었다. 그는 지금 대단한 결기로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할 것이다. 자,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펄펄 살아 있는 권력이 딱 하나 더 있으니 거기에 칼을 댈 차례가 왔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는 당신이 당신의 조직에 충성할 때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펄펄 살아 있는 권력, 검찰에 칼을 댈 차례가 왔다. 대한민국 검찰총장 윤석열의 다음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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