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이길 수 있다. 가장 경계할 일은 내부 분열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전열이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전열이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팀 선임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 침략이다. 전쟁을 시작한 일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의도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맞설 수 있다. 세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보복론이다. 일본은 처음에 우리나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경제산업성은 “징용 문제 해결책 미제시로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됐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일본의 보복’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속은 것이다. 보복은 핑계였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를 치러 갈 테니 길을 빌려달라’(征明假道)고 했던 것처럼 거짓이었다. 일본은 수출 규제의 명분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켜야 한다”, “캐치올 규제가 미흡하다”로 이리저리 바꾸었다. 전형적인 기만전술이다. 보복론의 결말은 적당한 타협이나 굴종일 수밖에 없다. 보복론을 믿은 국내 기득권 세력은 일본보다 문재인 정부와 대법원을 더 가혹하게 비판했다. 둘째, 축출론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에서 몰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급속히 나도는 가설이다. 축출론자들은 미국이 갈등 중재에 심드렁한 이유를 일본이 미국을 미리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한·미·일 협력 체제에서 쫓겨나 국제사회의 미아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축출론의 종착지도 굴복이다. 냉엄한 국제 질서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니꼬워도 일단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아니다. 축출론은 요설이다. 일본은 그렇게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 한-미 동맹은 튼튼하다. 셋째, 타격론이다. 일본이 우리나라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일본은 왜 우리에게 타격을 가하려는 것일까? 일본은 경제 강대국이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머지않아 우리가 따라잡을 수도 있다. 철강·조선·휴대전화·반도체 등은 우리가 일본을 따돌린 지 오래다. 석유화학·자동차도 밀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우리나라를 대등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고 공존공영을 꾀하는 길,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찍어 누르는 길이다. 일본은 후자를 선택했다. 일본의 의도는 덤프트럭으로 경차를 밀어버리겠다는 폭주족 심보일 것이다. 그러나 계산이 틀렸다. 패권국과 도전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봤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충돌하면 양쪽 다 치명상을 입는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일본이 침략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이 걸어온 싸움을 피할 길은 없다. 타협안을 제시하며 물러서도 일본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일본은 언젠가 넘어서야 할 경쟁 상대다. 물러서면 안 된다. 일본과의 전쟁에 유난히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 ‘늘공’들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열정적이다. 연일 계속되는 당·정·청 회의에서 늘공들의 자신감은 청와대나 민주당의 불안감을 압도한다. 여야 의원들이 집중 관리가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리스트와 기업별 현황 등 세부 자료를 요구했다. 늘공들은 의원들에게 세부 자료를 주면 언론에 공개될 수 있고 그것은 일본에 우리 패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 수준이 이 정도로 높다. 경제 전쟁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이길 수 있다. 가장 경계할 일은 내부 분열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전열이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은 일본과의 싸움에 치중해야 한다. 야당 및 이른바 보수 세력과 각을 세울 때가 아니다. 야당과 이른바 보수 세력은 정부·여당이 일본과의 전쟁을 내년 총선에 이용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아둔하지 않다. 한일전은 한일전이고, 선거는 선거다. shy99@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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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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