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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트럼프와 김정은의 ‘일시 정지’ / 황준범

등록 2019-10-17 17:49수정 2019-10-18 13:22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워싱턴에서 북한 이슈는 거의 사라졌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6월 말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난 뒤 석달여 만에 기대 속에 이뤄진 실무협상이었지만, 이게 빈손으로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아끼고 있다. 싱크탱크들이 수두룩한 워싱턴에서 이번 실무협상 결렬 이후 2주 동안 열린 북-미 관련 행사는 지난 14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마련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초청 강연이 유일하다. 이 행사에 참석한 미국인들은 기자에게 “북-미 대화에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보수 진영에서 ‘북한 더 압박해야 한다’고 하는 소리 외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냉담해진 이유는 이번 실무협상이 교착-협상-결렬이라는 그동안의 패턴이 또 되풀이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게 반복될수록 회의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무협상에서 북-미 사이의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재확인된 것도 워싱턴 냉기류의 큰 요인이다. 미국과 북한은 내용에 있어서 서로에게 각각 ‘선 비핵화’와 ‘선 상응조처’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비핵화부터 확실하게 보장하라’와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제재 풀고 안전보장 하라’는 주장 사이에 접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화 방식에서도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중대 결정을 맡기자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정상회담으로 가기 전에 실무협상에서 모두 조율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다행인 것은 양쪽 모두 대화 판을 걷어차지는 않은 채 상대방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펼쳐진 북-미 대화 ‘일시 정지’ 기간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 미국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시리아 철군 결정을 놓고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강렬한 도전에 마주하고 있다.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자랑하며 ‘1단계 합의’를 선언한 미-중 무역협상도 아직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정치권과 언론은 내년 대선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 문제는 한참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중단 상태를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그로서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북한이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낮다. 미국에 “연말까지 좀더 숙고하라”고 밝힌 북한은 연말이 지나면 지금까지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보다 행동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스스로 놓인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북한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면서도 사실상 같은 수준의 위협을 가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행동 수위가 높아질 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어떨지를 두고는 미국 안에서도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와 “무력 대결은 피하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갈린다. 여기에 다시 탄핵과 대선 등 미국 국내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 변수까지 넣으면 전망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북-미 모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려면 현재의 일시 정지를 길지 않게 끝내고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한다. 그 추동력은 실무협상팀이 아닌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불가피한 현실이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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